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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락곰 Feb 10. 2020

사고 치는 고양이 세 마리와 산다는 것

일단 거기에서 내려오자

지금 반려하고 있는 고양이 . 김도담, 이아토, 김홍구는 각각 3, 2, 3살이  청년묘들이다.
보통 사고를 치는 아이들은 아깽이라는 인식이 많은데, 오늘은 사람 나이로 치면 서른-즈음되는 녀석들이 사고 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표정을 짓고있지만....

우선 김도담.
도담이는 사고를 거의  치고 제법 얌전한 고양이다. 그림 같은 고양이라고 하면 맞을  같다. 아침에 배가 고파도 딱히 밥을 빨리 달라고 사고 치는 법도 없고. 다만 너무너무 좋아하는 간식 봉지가 옆에 있으면  뜯는 정도? 워낙 예민하고 민감한 녀석이라 물건이 잔뜩 올라간 책상 위를 걸을 때도 물건 하나 떨어트리는 법이 없다. 꼬리 관리도 얼마나 잘하는지 꼬리로 물건을 치는 법도 없다. 물론, 가끔 배가 너무 고프면 여기저기 애교 부리느라 우당탕 하긴 하지만, 거기에 고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에 침대  캣타워 꼭대기에서 엄마 명치를 향해 있는 힘껏 뛰어내리긴 했지만 그건 캣타워를 거기에   잘못이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뭐할말있냐옹?

도담이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혼자서는 얌전하지만 동생들이 근처에 오면 화내고 도망가느라 본 묘도 모르게 사고를 치곤 한다. (아마도 그럴 거라고 믿어보자)  
치는 사고라고 해봤자 식물을  물어뜯는 ? 역시 맏이답게 차분하고 침착함이 돋보이는(이라고 쓰고 게으른 걸 지도) 아이다.


그리고 이아토.
예민 보스 끝판 . 글이 늦어지게  원인. 우리 집 개그 묘의 대표주자. 아토는 워낙 예민 보스인 아이여서 스스로 우당탕 거리는 법은 별로 없다. 다만 따로 물건을 떨어트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워낙 덩치가  아이라 가끔 몸에 걸려 뭔가 떨어지기는 한다. 하지만 주된 사고의 종류는 입으로 하는 짓인데, 예를 들자면 새로  파우치  박스 12  구멍 내놓기 (그리고 주면 안 먹음) 좋아하는 포션 뜯어서 먹기. 할로 치킨 트릿 플라스틱 통 뜯어버리기. 과식하고 토해버리기 정도가 있다. 그리고 워낙 예민한 아이인지라 300그람인 어린 시절부터 과식하면 토하고 예민하면 설사하고 난리인 아이. 그렇지만 예쁘고 귀엽게 생긴 얼굴로 ? 한 번만 해주면 열리는 것은 간식장이요 엄마 지갑이니라.
(웃긴  입이 엄청 까탈스러워서 주는 대로 먹지도 않는다)

뀨우?

하지만  녀석의 가장  사고는 예민함이 지나쳐서 자주 아파버리는 것에 있는데 세상 소심한 새가슴이다 보니 깜짝깜짝  놀라는 데다가 그걸로 자주 아픈데, 이번 명절에도 거하게 아파서 결국 엄마는 명절에 홀로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나 뭐라나. 심지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사고의 대명사라면 김홍구를 따라올 고양이는 없을 거라고 자부하는데

모든 고양이가 칠 수 있는 사고를 친다고 보면 되는  같다.

물건 엎지르기는 기본이요,

비닐 물어뜯기(혼나면서도 한다), 새 모래 뜯어서 엎질러 두기, 키우는 물고기 건져내 놓기, 어항 엎지르기, 엄마 이어폰(혹은 충전기) 잘근잘근 씹어서 단선 만들어놓기 등등


불과 얼마 , 명절 연휴에 침대에서 밍기적 대고 있는데 뭔가 얼굴로 와르륵 쏟아진다. 화분, 가습기.  모든 .

욕이 육성으로 튀어나온다.


김홍구-!!!! 하고 소리를 빽 지르지만 이미 도망가고 없다.

어쩌겠나. 치워야지.

궁시렁궁시렁 욕하면서 치워본다.

(참고로 명절에 같은 짓을 두 번을 반복했다.)


홍구가 엄마한테 준 명절 선물이다. 아쉬울까봐 연휴 첫날,마지막날 두번을 선물해줬다.

맞다.  글을 쓰는 건 홍구의 악행을 고발하기 위함이다.

적어도 첫째는 내 얼굴에 화분을 쏟지는 않았다.


손님들 앞에서는 세상 순하고 세상 착한 고양이인데, 실제로는 아주 파괴신이 아닐 수가 없다.

왜,뭐 하는것 같다

천사같이 애옹 하면서 너무 태연하게 사고를 치는데 혼나고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아니 고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거기다 혼내고 나면 세상 서러운 목소리로 눈에 눈물은 그렁그렁 한 채로 에옹- 하는데, 그래 내가  잘못했다 하고 사과를 하고 있다.

사고 친 거 수습하는 것도 나고 사과도 내가 한다.


거기   잘못이지.

호기심을 자극하게   잘못이지.


세 마리가 콜라보를 이루면?


한놈은 간식장 문을 열고 

한놈은 간식을 빼고

한놈은 뜯어서 다 같이 파티를 벌이고 있다.


이쯤 되니 도담이가 내 몸 위로 뛰어내리는 것도 고의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세상에 얌전한 고양이가 있기 한 걸까?

내 고양이는 얌전한 고양이라고??

그럴 리가? 

그렇다면 당신은 단단히 콩깍지가 씐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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