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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현 Dec 03. 2023

고독에 대하여

나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두려운 것.

사람들이 모두 갖고 있지만 인정하기 자존심 상하는 것.

글쓰기에 잘 되지 않는 이유는 혼자 있는 고독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도, 하루가 가는 그 빛에서 어둠으로 가는 시간의 처연함과 정적이 무서워 텔레비전을 틀고 소리를 듣는다.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흘러가서 어둡고 깊은 고독은 의식적으로 밀어둔다.

고독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진정한 창작을 할 수 있을까?

수요일에 만난 선생님은 평생의 우울감을 최대한 덜어주는 게 치료의 목표라고 말했다.

감정은 평생 싸워야 할 적이 된 지 오래이다. 무언가를 느낀다는 게, 기대한다는 게 어렵다.

마음이 아파서 주말 내내 누워있었다. 몸이 아프다고 말했지만 몸이 아픈 건 결국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다. 연말에 다가오는 수많은 모임과 행사들은 내 고독에 어떤 부분을 덜어줄 수 있을까?

피폐해지고 있는 마음은 원인이 분명하다. 원인이 분명해서 무섭다.

겨울이 왔고 어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낮이 가득한 여름이 지나갈 때부터 마음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언제쯤 빛이라는 것에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불안, 어둠 고독이 가진 모든 빛깔을 여전히 어려워하고 있으며 한낮의 열기 속에 어둠을 감추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페소아는 언제 글을 썼을까? 활활 타오르는 조용한 창작욕을 그는 언제 불태웠을까? 일을 하는 오전에 쓰지 못했을 것이고 밤에 써 내려갔을 것이다.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 고독과 어둠은 결별하기 어려운 애증의 대상일 것이다.

“ 행동은 내가 부여받지 못한 천성이고 꿈꾸기란 누구나 부여받지 못한 운명이다. “

페소아의 글에서 나를 발견한다. 글은 끊임없이 나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글쓰기란 나를 넘어 남을 발견하게 하는 작업이다.

언제쯤 이 작업을 처연해하지 않고 의연하게 할 수 있을까.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져서 속상함은 커지고 형용할 수 없는 우울감이 일상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인생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그 이상의 에너지를 낼 수 없어서 멈춰있는 부분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아가려고 하는 부분도 있다.

영화를 보고 글을 주입하듯이 읽는다. 이 부분은 멈추고 싶지가 않다.

그나마 나를 버티게 하는 두 가지 힘이다. 의미도 이유도 효용가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할 뿐이며 이것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고 어떨 때는 살아가게 만든다.

꿈꾸기란 부여받지 못한 운명이기에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버겁다. 꿈을 꾸지 않고 그냥 행하고 싶다.

모든 게 결과로 이어져야 하는 세상이 주는 피곤함.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해지고 싶다.

두 다리가 허공에 붕뜨고 있는데 그나마 날 잡아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두꺼운 책 들. 그 벽돌 같은 책이 내 다리를 붙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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