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good과 Not going anywhere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다. 솔직히 1의 감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울었다. 모든 감정들이 자아의 나무를 끌어안고 라일리를 지키기 위해 모였을 때 눈물이 났다. 누군가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힘을 모을 때 큰 감동을 느낀다.
'나'라는 자아를 지키기 위해, 성장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힘을 모았을까? 엄마, 아빠, 이모,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감정의 요정들도. 생각해 보면 삶은 선물이라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이 맞다. 삶은 어느 날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한 번도 단 홀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모든 순간에 단 하나의 존재라도 있었고 그건 나에게 빛이 돼주었다. 가끔은 그 존재들이 날 할퀴기도 하였지만 그 순간조차 나라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내 속의 감정과 요정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을까?
그 처절한 움직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요즘 다소 우울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삶은 삶대로 잘 살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마음은 조금 쳐졌고 조금 처절하다. 자아의 나무가 더 굳세지는 과정이겠지?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 마침 스탠바이 미에서는 'Not going anywhere'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파도는 일었다가 만을 따라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난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는 가사. '그래도 난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이 말이 얼마나 든든한지.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 네 곁을 영원토록 지키고 있겠다.'라는 말보다 로맨틱한 말이 있을까? 안심을 주는 말. 어릴 땐 그 가치를 알지 못했다. 살다 보니 사랑한다는 말보다 영원히 내 곁을 지켜주겠다, 떠나지 않겠다는 말이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벼운 사랑한다는 말보다 묵직하고 우직한 말이 더 좋다. 잦은 설렘보다 촌스러워도 굳건한 관계를 기대한다. 당당하고 단단한 맹세 같은 건 필요 없다. 그저 곁에서 묵묵히 옆을 지켜주면 된다. 그 어떤 순간이 와도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떠나지 않는 단순함, 그게 필요하다.
사랑. 여전히 어려운 단어이지만 사랑은 곳곳에 퍼져 있다. 곳곳에 퍼져 있는 사랑을 발견하기만 해도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만 같다.
너와 함께라면 너와 함께라면
어둡고 무겁던 나의 마음이
봄바람에 피어오른 꽃잎처럼 화사해지고
후회 가득 남아 아픈 기억은
무지개 넘어 먼 곳으로 아련하게 잊혀질거야
- 자우림, something good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