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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Apr 16. 2024

그 집 여행

빛나는 도시! 유니떼 다비따시옹 / 두 번째



혼자 가는 답사는 감도가 더 높은 것 같아요. 봐달라고 내게 말을 걸어오는 공간들 속에서 오롯이 시간을 보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두루 돌아본 지난 가을날이 기억에 오래 남네요. 가기 전부터 그리고 그곳에 가서 나름의 질문과 대답으로 두 번째 편을 이어갑니다.



사업적 아이디어로도 좋고 거주자 관점에서도 나쁘지 않은 단면 아이디어... 언젠가 응용해 볼까?

 파사드의 모듈이 보여주는 소셜믹스! 우리 동네 재개발 아파트 단지동기화되면 좋겠지?

접지층에 두어야 할  상가를 건물 중간층에 올린 꼬르뷔지에의 그 시절 근자감?

 실물영접해야 납득되는 노출 콘크리트의 시공 퀄리티와 작품적 가치?




출처 : Le Corbusier: Habiter : de la villa Savoye à l'Unité d'habitation de Marseille/Jacques Sbriglio


단위 세대의 종류는 단층짜리 작은 세대부터 복층세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르 꼬르뷔지에는 건축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서 사용자를 영아부터 노인까지 7단계로 나누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수도 1인 가구부터 8인 가족까지 여섯 개로 만들고 이를 위해 열네 개의 다른 평면 타입을 만들었다. 스튜디오와 호텔등을 포함하면 총 스물세 가지 타입의 평면도사 한 개의 건물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을 이루기 위해서 건물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구조의 모듈은 하나지만, 그 모듈을 레고 블록처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평면 타입이 나오게 해서 시공이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통풍이 안 되는 중복도와 낮은 천장고라는 두 가지 문제점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해결한 작품이 '유니테 다비따시옹'이다. 르 꼬르뷔지에는 면적상으로 효율적인 중복도를 유지하면서도 가구마다 복층 거실이 있고 맞통풍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보다 혁신적인 집합 주택 세대 디자인을 보지 못했다. 하나의 건축물 안에 작은 도시, 작은 사회를 만들려고 시도한 작품이다. 인문건축기행 / 유현준

(깔끔하게 설명한 글이라 그대로 옮깁니다.)



 마르세이유 건축대학 교수님이 쓰신 책 중 단면과 평면개념, 중복도로 계획하였고 한집은 상부로 한 집은 하부를 사용하는 복층집 구조




사업적 아이디어로도 좋고 거주자 관점에서도 나쁘지 않은 단면 아이디어... 언젠가 응용해 볼까?


폭 3미터가 안 되는 세장한 방이 주는 느낌도, 강렬한 지중해의 햇살이 스밀 틈이 없는 형형색색 인공조명 복도도 낯설었지만 이런 느낌이 말 그대로 이국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 집에 산다고 상상해 보면 컴컴한 복도를 지나 문 앞에 서도 아직 암순응이 덜 되었을 같아요. 시절 쇠열쇠로 더듬더듬 문을 늘어진 시간을 거쳐 저 멀리서 환한 빛이 쏟아지는 복층집에 도착했을 때의 환대 받는 경험이 남다를 것 같네. 사는 사람 관점에서 집은 그런 독특한 경험을 주고, 사업적으로는 격층으로 생기는 복도가 줄여줄 공용면적으로 올라가는 전용률! 이렇게 연동되는 사업적  이득은 세장한 복층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하죠. 베이를 중요시하며 외기에 길게 접하는 한국식 아파트와는 대비되는 직진 본능이 있는 집에 사는 느낌은 낯설다! 이국적이다!로 표현되며 충분히 지금도 매력적인 공간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파사드의 모듈이 보여주는 소셜믹스! 우리 동네 재개발 아파트 단지동기화되면 좋겠지?


한국 아파트는 코어의 형식이 중앙 계단식이냐 복도식이냐.... 베이가 몇 개 이냐에 따라 평형대가 나오고 집값을 가늠할 수 있어요. 어떤 아파트 브랜드냐에 따라 지역 상관없이 색상과 입면이 비슷하죠. 그런데 이 집은 조합의 방식이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발코니가 딸린 입면에 보이지 않아요.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원룸 같은 작은 평수에서 복층의 대가족의 집까지 구분할 수 없는 집! 17층 350 가구가 한 건물에 사이좋게 앙상블을 이루는 집! 다양한 구성원이 살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소셜 믹스와 에이징 믹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하나의 도시!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산다면 소득 수준에 사회적 지휘를 상상하는 한국인에게 더 필요한 세대통합의 주거 표본이 아닐까 싶네요.




접지층에 두어야 할  상가를 건물 중간층에 올린 꼬르뷔지에의 그 시절 근자감?


2차 세계대전 이후  허허벌판에 들어선 집에는 입주민을 위해 건물에 생활인프라를 계획했다고 해요. 지금은 집 앞에 버스정류장을 품고 어엿한 도시의 일부가 되었고, 담장이 없어서 폐쇄되었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여전히 동네와는 동떨어져 보이는 시설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죠. 그 이유는 접지층에 있어야 할 시설들이 건물 내부에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시절 주거  상업 교육 문화 여가를 건물 내에서 누리게 하는 생각은 획기적이었지만 꼬르뷔지에는 미래의 동네를 상상하지 못했을까요... 접지층이 아닌  왜 3층이었나에 대해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Jacques Sbriglio 교수님이 쓴 책에서 반신반의하며 읽은 내용을 소개할까 해요.



꼬르뷔지에는 La théorie des 7V 이론에 따라 도시를 계획할 때 도로를 일곱개로 구분했어요.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부터 각자의 집까지 닿아있는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까지 위계를 정했지요. 꼬르뷔지에는 자신의 이론에 따라 유니떼 다비따시옹의 격층 실내 복도를 이 중 V6 단계로 간주했다고 해요. 집도 도시의 일부라 보기 때문에 그냥 자신의 이론에 실하게 순환시스템 만들고 그  어딘가 상업시설을 배치했을까요? 그게 접지층이 아닌 건물 안 중간층 어딘가였을까요?




 실물영접해야 납득되는 노출 콘크리트의 시공 퀄리티와 작품적 가치?


꼬르뷔지에가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혁명은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실현된 마르세유의 니테 다비따시옹은 인류가 콘크리트로 짓고 마감한 건물 중에서 가장 장중하며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후대의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안도 다다오 같은 건축가를 통해 꽃 피운 경우라 할 수 있죠. 집이라는 점 그리고 50년대 건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아도 말을 걸어오는 섬세한 자국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햇빛이 강렬할수록 더 짙어지고 도드라지는 거푸집의 물성, 보일 것 같은 콘크리트의 입자, 시간의 때와 스쳐간 손의 흔적......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안중에도 없었던 아름다움이 이 집의 매력이죠. 집의 시대의 내용에 따르면 원래 유니떼 다비따시옹은 철골로 지으려 했다고 해요. 공장에서 조립한 단위주택을 크레인을 이용해 철골 프레임 속에 착착 집어넣는 공법이었는데 건물을 책임지고 시공할 대형 건설업체를 구할 수 없어서 많은 군소 업체가 공사를 나눠서 진행해야 했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일관되게 매끄러운 건물의 표면을 기대할 수 없어서 꼬르뷔제는 차리리 거푸집 자국이 남은 거친 표면을 그대로 노출시켜 버리기로 했다고 해요. 이것이  베통 브뤼라고 불리는 거친 콘크리트 표면으로 자연스러우면서 탄력성 있는 표피가 연출되면서 건물의 역동성은 더욱 부각되며 콘크리트가 재탄생되기에 이릅니다. 구조재에 불과했던 콘크리트가 건물의 인상을 표현하는 재료로 발전한 것은 기막힌 발상이었고 다른 건축이 아닌  집에 표현한 것은 과감한 시도였던 것 같아요.





밀도에 대한 꼬르뷔지에의 해답을 잘 보여주는 모형... 이 시대의 해답인지는 잘 모르겠음




요즘 제가 사는 동네가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해요. 5층 높이의 빌라들이 촘촘하게 모여 있는 조용한 동네에 사업 계획안을 보니 땅은 지하 5층 주차장으로 꽉 채워서 빗물이 스밀 자연 지반도 없어 보이고, 지상은 거대한 50층이 넘는 타워동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어요. 사업성을 생각하면 베스트 안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자산을 늘려줄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왠지 크게 기쁘진 않아요...재개발 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무언가를 해야지 않을까 생각을 종종 했고요...여행은 어쩌다 미래의 동네와 내 집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파리의 17구 호텔로 이동을 했고 그 동네 바티뇰 사회주거 단지를 거닐며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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