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로 사느냐 퍼즐 마지막 조각으로 사느냐
천성이 게으른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어떤 것에는 하한선/마감은 있어서 도가 지나치면 각성을 할 줄 알게 설계 된것 같다. 말이 장황하다만 요즘 집안일에 소홀해서 도무지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지경에 다달았다. 연말연초 어수선한 분위기에 뭔가 멜랑꼴랑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더해져서?
어쨌거나 하한선에 도달하였기에, 그것도 며칠을 미루다가 아이 키우는 부모된 입장에서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면서 집안 청소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행히 발동을 걸게 된건 이미 일전에 말해두었던 스위치 전략덕분인데,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일만한 동기를 외부에 만들어두는 것이다. (사실 이건 유치원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다.) TV로 유투브를 열고 청소할 때 듣기 좋은 음악을 검색해서 플레이. 그리고는 이 음악리스트가 끝날 때 까지만 청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수선한 주방을 정리하고 그릇 위치를 잡고 필요없는 것들은 분리수거하고... 주방을 공략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음악은 다음으로 넘어가서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훤해지는 주방을 보니 마음이 탁 트였다. 마무리로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리고 오니 마음이 여유로워 졌다.
두번째 날도 그 음악리스트를 틀어 놓고 거실을 정리했다. 로봇 청소기가 충전이 안되어 있어서 충전시키면서 주변에 흩어진 아이 장난감이며 크레파스, 머리핀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쓸고 닦고 하였다.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들 중 필요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치우고 제자리를 잡아 비슷한 것끼리 보기 좋게 함께 두었다. 음악이 끝나고 나는 소파에 앉아 말끔해진 거실을 보며 심호흡을 하였다. 그러고는 흥이 났는지 바로 미뤘던 염색도 신나서 하게 되었다.
세번째 날 대망의 화장실을 청소해야겠는데 음악 소리가 잘들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는 게 아쉽기는 하였다.
여러날에 걸쳐서 청소를 하니, 하루하루 달라지는 공간에 대한 기쁨이 생기면서도 그다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쉽게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거대하고 커다란 일을 하는 것은 지레 겁먹고 시도하기도 전에 걱정, 위축, 고민으로 시간을 탕진하기 일쑤다. 한번에 하려고 들면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모른채 우왕좌왕한다. 그런데 이렇게 잘게 할 수 있는만큼씩 조각을 내어 최선을 다한다면, 마음은 평온하면서도 결과물은 훨씬 좋다는 것을 다시한번 경험했다.
계획이라는 것이 큰 그림과 방향성이 중요하지만 실행가능한 선에서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조각내어 일하기는 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고 유용하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에도 집안일처럼 지레 겁먹고는 실제보다 작은 일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되집어 보게 되었다.
또
내가 하는 일을 조각 내어 하는 것의 효율을 뒤집어 보았다.
내가 어느 일을 하는 구성원이고 많은 구성원 중 하나라고 할 때, 나라는 조각이 다른 조각과 시너지를 내어 하나하나 하는 일이 의미를 가지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누구나 대체할 수 있는 단순 톱니바뀌가 아니라 관계를 통해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크게 만들어 내는 마지막 퍼즐 조각처럼 전체를 이해하고 주변과 틈을 메우며 나와 딱 맞는 곳에서 나의 존재감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