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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Jun 30. 2023

엄마는 항상 눈부셔 그래서 선물을 주고 싶어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인가

아이를 낳고 진짜 육아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인가 싶은 즈음이다. 한 두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가 고플 때면 그저 젖을 먹이다 이유식을 주고 씹을 수 있는 밥을 주기만 하면 되었다. 영양가가 충분한지 양은 부족하지 않은지 고민을 할 지언정 아이는 그저 울고 뱉으면서 의사 표현을 하는게 다였고 그나마 아이는 잘 먹고 잘 커주었다. 


여전히 아이는 매운 것은 먹지 못하지만 스스로 젓가락질을 하며 좋아하는 반찬을 해달라고 투정을 부릴만큼 자랐다.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있는지 혹시나 찻길을 혼자 건너거나 하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이 생겨나고 집안에서 하던 나쁜 버릇이나 습관이 점차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하더라도 평화롭던 집은 전쟁통이 될 때가 심심치 않게 있다. 밥을 먹을 때는 텔레비전을 끄자, 젓가락질을 더 잘했으면 좋겠고 골고루 잘 먹었으면 좋겠고 책도 알아서 잘 읽었으면 좋겠고 씻을 때는 물놀이 말고 잘 씻었으면 좋겠고 이를 닦을 때는 구석구석 야무지게좀 닦았으면 좋겠다.


누구누구 친구와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아이와 다투거나 신경이 쓰인다거나 누구누구와 친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상처받거나 상처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이는 엄마의 말투, 엄마의 식습관, 생활 태도와 취미를 보고 자란다. 아이가 부족해보이는 것에는 내 부족함을 투영하는 데서 오는 부끄러움이 대부분이다. 


절로 경직된 목소리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아이를 다그치다보면 아이는 그 표정과 목소리를 닮아 대꾸한다. 나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아이의 태도와 표정에 더 화를 내게 된다. 


아이를 씻기고 머리를 말리는데 아이는 내 핸드폰을 가지고 놀았다. 씻기고 잠옷을 입히고 머리를 말리고 한숨 돌리고는 핸드폰을 보았더니 머리를 말리는 나와 아이의 모습이 거울에 비쳐보이는 동영상이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무뚝뚝할까싶은 얼굴을 하고 귀찮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마냥 아이의 머리를 말리고 있지 않은가. 


엄마도 한갖 나약하고 게으르기도 하고 뻔한 사람일 뿐인데 아이에게 항상 열린 창마냥 모든 것을 내보이고 만다. 


내가 웃으면 아이도 덩달아 웃는다. 혼을 낼 때는 엄하게 해야지, 중요한 말을 할 때는 진지하게 해야지, 너무 너무 피곤한데 엄마 기분도 좀 알아줬음 좋겠다는 생각으로 굳어졌던 얼굴에 다행히도 아이는 마음을 닫지 않았다. 아직은 사춘기가 오지 않았지. 아직은 엄마가 아이의 세상의 대부분이니 절대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겠지. 이게 진짜 육아의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더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걸, 아직 어린 아이라 무얼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아이는 다 보고 있고 다 느끼고 다 알고 있다. 작은 가슴으로 엄마를 안아주기도 하고 엄마의 작은 성공에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를 건내주던 내 자존감 지키미였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는 그러지 못한 날이 많았다. 약속을 지켜주고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잘못을 바로 잡아주되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했는데...


슬쩍 아이게게 미안한 마음이 들자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기로 마음 먹게 된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도 같다. 더 자주 집을 치우고 더 자주 아이와 산책을 나가고 더 좋은 이야기를 찾아 들려주고 어려움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강한 생각도 키워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엄마는 늘 빛이나, 그래서 선물을 주고싶어. 

뭐가 가지고 싶어 엄마?'


'엄마는 우리 진주가 선물이야.' 


고마워 딸.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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