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평범함 디자이너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by 조효진


열여덟의 나는, 미래에 멋진 사람이 되기를 기대했다. 굉장한 부를 이뤄냈다거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미용사가 되었다거나. 하하- 안타깝게도 아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서른셋의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서른 즈음에,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매장도 집도 이사를 했다. 예비 신랑이 경기도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합치고자 했던 이유였다. 많은 고객을 두고 매장을 옮기는 건 용기가 필요했지만, 내게 있어서 가장 큰 가치는 그 사람이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신규 고객이 드물게 있는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텅 빈 예약표를 보고 앉아있을 때면, 이참에 좀 쉬자 싶다가도 자존감이 곤두박질쳤다.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었다. 그나마 기존 고객 몇몇 분이 찾아와 준 덕에 간간이 웃을 수 있었다.


가끔은 지독히 나쁜 행동을 하곤 했는데... 그건 바로 비교였다. 온라인에서 실력이 좋고, 마케팅도 잘하는 디자이너들을 보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저 사람은 엄청 잘 나가네. 나는 왜 고객이 없지.'

'내 매출은 바닥이랑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쟤들은 서로 잘한다고 박수를 치네.'


그렇게 못난 행동을 반복하던 중, '뭐라도 해보자 ‘라는 생각에 시작한 게 블로그였다. 직접 시술한 사진에 글을 보태고 미용정보를 나누며 나를 홍보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자 매장 근처 맛집과 일상에 대해서도 글을 올렸다.


"효진아 너 정말 잘 쓴다"

"여보, 블로그 되게 잘 쓰네? 글이 다 엄청 좋아!"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비어있던 공간에 내가 쓴 글이 쌓이는 게 뿌듯했고, 뜻밖의 칭찬에 떨어졌던 자존감까지 채워지는 듯했다. 실제로 블로그를 보고 방문한 사람들도 있었다. 간절한 내 마음이 다양한 문구로 표현되어 그들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 후 많지는 않아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조금씩 늘어 갔다.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방법을 찾은 어른이 된 순간이었다.


글의 힘을 경험한 나에게, 작은 변화도 생겼다. 머릿속의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는 행위가 좋아서 짤막하게나마 글을 썼다. 그 속에 마음을 스스럼없이 내비칠 때면 마치 내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하다. 할 수 있는 미용에 최선을 다하고, 하고 싶은 글을 쓰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건 특별하고 소중한 일과가 된다.


열여덟의 내가 기대했던 어른이 되기에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제는 낙담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있었는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기에, 그저 앞으로 다가올 날을 향해 끊임없는 응원을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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