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운전하기, 참 힘들게들 산다

남을 위협하거나 남에게 위협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는 없는걸까?

by 체스터 Chester

한국에 돌아온 지 어느새 세 번째 해가 되었다. 전세 만료기간인 2년이 지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네. 세월의 빠름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해외에 거주하며 한국에 올 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머물면 머물수록 한국은 운전하기 참 힘들고 위험한 나라다.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매스컴에서 자랑을 하지만 “진짜” 선진국들과 '정말' 비교가 가능하기나 할까?


지난 여름, 한국의 도로체계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의 도로 수준은 고국 프리미엄을 합해서 40점대라고 했더니 참가자들이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의 강의 도중 모두 동감하시더라고.. 한국 도로에는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 점수로 평가할 만한 구간이 참 많다. 운전자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침에도 도로담당 관공서에서는 세금만 받아먹고 일을 하지 않는 듯하니 "진짜" 선진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이 어느 나라와 비슷할까라고 누가 묻는다면, 내가 경험한 나라 중에서는 캄보디아 수준이라고 답해준다. 물론 한국은 캄보디아보다 도로에 훨씬 많은 돈을 투자했고, 한국 도로에는 캄보디아에서보다 고급 차량이 훨씬 많이 있다. 하지만 결론은 같다.. 캄보디아 수준이다..


한국의 길(즉, 도로체계)은 문제 투성이 이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기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고는 ‘도로는 원래 그런 거다’라고들 말하지..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어렵고 위험한 한국의 도로체계에 대해 얘기하다 설명하기 쉽도록 그 내용들을 모다 책으로 발간했었다. 여러 출판사에 연락했지만 예상했듯이 이런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없었기에 결국 자비로 출판하였다. 적지 않은 액수였지만 나라도 이런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출판을 결정하였다.. 책 제목도 좀 자극적이게 ‘이런데서 사고 나면 누구 책임? 정부에서 보상받자’로 정했지.

출판 후 도로 관련 정부기관과 단체, 학회 등에 배포하였다. 왜 책을 보내는지에 대한 장문의 글을 첨부하여.. 그런데 책을 잘 받았다거나 참고하겠다거나 고맙다고 연락해 온 곳이 몇 군데였다. 책 수준이 너무 낮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인 자신들에게 감히 대든다고 여겼던 것일지도...

아무튼 도로교통공단의 정책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받은 것도 이 책 덕분이었다.


이용자 관점에서 한국의 도로체계를 바라본 첫 번째 한국 서적이고 거기에 실린 내용들을 바로잡는다면 한국 도로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갈 수 있으련만… 결국 한국 도로관련자들의 높은(?) 수준과 무엇이 불편하고 문제인지 모르고/관심없는 한국 이용자(운전자)들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한국 도로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튜브 발통나드리 채널(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한국의 운전자들에 대해 다뤄 보기로 하자.



한국 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선진국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또는 보기 매우 힘든 한국 운전자들만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칼치기, 아무 데나 주차하기, 교통 신호등 대충 지키기, 운전규칙의 실종, 유리창 썬팅(틴팅), 음주운전과 조급함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한마디로 개판, 무법천지...

여기에 대해 하나씩 써보자..


칼치기:

이런 단어가 쓰이고 있는지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한국인의 참을성이 낮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시속 100km로 달리며 이런 짓까지 버젓이 한다.

운전을 하다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만 다치거나 죽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자신이 자초한 것이니까.. 그런데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라면 문제가 달라지지. 몇 초 먼저 가기 위해 규칙을 위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 생활화 된 한국.. 참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임에 틀림이 없다.

도로에는 이런 행위를 단속하는 경찰은 보이질 않고 스마트국민제보에 칼치기 행동을 제보하면 경찰은 인정하고 벌금을 부과하기는 커녕 '이 정도로 신고하셨습니까?'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럴 땐 미국처럼 총기 자유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성원을 보호해 주기 위해 국가라는 체계가 필요한 것인데 국가가 그 구성원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결국 개인이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칼치기로 타인에게 위협감을 주었을 경우 총알을 맞는 현상이 반복되면 그제서야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칼치기 현상은 세월이 지나며 더 심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언제나 맘 편하게 운전하는 한국 도로가 될까?

요즘은 고속도로를 가능한한 타지 않고 국도로 다닌다. 고속도로보다 국도에서는 칼치기를 하는 양아치를 적게 만나게 되기에..


아무 데나 주차하기:

중국에서 살 때 본 주차 모습은 예상 이외이었다. 운전 습관은 개판인 중국인들이었지만 대부분 아무렇게나 주차하질 않았다. 주차구역이 정해져 있고 주차=유료라는 개념이 있기도 했으며 주차요원이 많기도 했다. 거기다 주차요금이 싸기도 했다. 시골이라 쌌던걸지도...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주차장 진입로에 당당히 불법 주차를 하는 나라이지.. 너무나 캄보디아에서 보는 장면과 비슷하다. 캄보디아의 경우 시내 몇 구간을 제외하곤 주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기에 아무데나 세워놓았다.. 다른 차들은 그 차를 피해 다니고..

빌딩 사이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화재진압이 어렵다는 말이 나와도 그 잠시 뿐.. 도로에서 있는 주정차금지 표지판. 그냥 장식일 뿐인 정말 신기한 나라이다..

여길 빠져다녀야 하는 한국 운전자들.. 참 불쌍하다..

언젠가 이민 초기, 토론토에서 지도를 보느라 길가에 잠시 정차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나타나 정차도 안된다며 딱지를 떼주었다. 캐나다에서 받은 유일한 교통딱지.. 한국에선 도로 길가 주차는 예사인데.. 거기에 더해 가장자리 쪽으로 붙여 놓은 것도 아니고 삐딱하게 세워 놓아 지나가는 차량들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하건만 천하 태평...

심지어 도로의 중앙에 화물차를 세워놓기도 하더군. 단속한다고 표지판은 세워 놓았지만 1차로에 여러 대를 세워 놓아도 아무 일이 없다.

여기서 단속되는 걸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즉시는 무슨 즉시...

동네 작은 도로에 덤프트럭을 너무나도 당당히 세워 놓질 않나...

불법주차에 관한한 상상을 초월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교통 신호 알아서 해석하기:

어느 나라에서도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면 차량이 멈춘다. 아니 노란색 불이 켜지면 멈추기 시작한다. 단 한 나라, 한국만 빼고..

한국에서는 노란색 불이 켜지면 속도를 줄이며 세우는 동작을 하기는 커녕 그 반대의 행동을 한다. 가속을 하며 빨간색으로 바뀌어도 진행하지.. 그러다 사고가 많이 나더라고. 얼마 전에는 아나운서를 하던 사람이 사고를 내 시끌벅쩍했었지만 아직도 거리에는 노란색/빨간색 불에 진행하는 운전자들이 눈에 띄인다.

빨간불이 바뀌면 몇 초 동안 계속 진행하는 걸로 교통법규가 바뀌었을리는 없을텐데...

아, 캐나다나 미국 같은 선진국 정부(주로 주 단위)는,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안내책자를 발행한다. 한국에는 이런 책자가 있던가?


운전규칙의 실종:

선진국에서 운전하면 규칙이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는지 모두 다 알고 있고 그 규칙에 맞추어 운전하는 거지. 만약 누군가가 그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규칙 자체를 모르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 규칙을 모른채 대충 돌아다니다 문제가 생기면 욕을 하고 목청을 드높힌다.

규칙의 명확성을 높혀주는 일시정지(STOP) 표지판을 적용하면 좋으련만 이 또한 거의 사장되어 버린 한국이니 가뜩이나 규칙을 모르는 운전자들에게 모호함만 더해주고 있지.. 아파트 출입구 등에 흔한 'T'자형 작은 교차로를 지켜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하긴, 양보한다며 회전교차로 안에서 멈춰 서질 않나.. 회전교차로 안에서 후진하는 운전자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평가해야 하는건가?


썬팅(틴팅):

언젠가부터 한국 차량의 유리창은 검정색으로 가려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거의 다 하는 듯 한 이 썬팅 또는 틴팅은 너무 심해 차량 내부가 보이질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내부에서 밖을 보는 것도 제한된다는 거지.

예전, 한국에서 살던 시절에는 썬팅이 불법이었는데 요즘은 허용이 되나 보다. 그런데 짙어도 너무 짙다. 거기다 앞 유리창까지 썬팅을 해 놓던데 야간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한국에서 오랜만에 차량을 구입했더니 판매사원이 썬팅에 대해 물어 왔다. 하지 않으려고 했더니 서비스 차원에서 해주겠단다. 그럼 제일 약하게 해 달라고 했고, 우리 부부는 아주 옅은 걸로 그리고 당연히 앞 유리는 제외되는 걸로 예상했다. 그런데 차량을 수령하고 나니 전혀 옅지가 않다. 거기다 앞유리까지 전면이 다 되어 있었고.

이게 가장 옅은 거라기에 측면과 후면은 그냥 두고 야간 운전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아 앞유리의 필름은 벗겨 내기로 했다. 썬팅작업을 한 곳으로 가 벗겨달라고 했더니 왜 벗기냐고 그곳의 사장님이 묻고 또 물었다. 처음부터 썬팅을 하지 말걸, 공연히 벗겨내느라 돈만 들었다...


음주운전:

한국은 술 마시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관대한 곳이다. 아침부터 소주를 마시는 나라지.

술을 마시더라도 자동차를 몰지 않으면 괜찮지만 왜 유독 그렇게 하질 못할까?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G1, G2 운전면허증의 구분이 알콜 % 정도 차이였다. 어느 정도까지의 알콜 영향 하에서 운전을 할 수 있다는거지. 그런 그곳에서 음주 운전으로 사고가 났다는 기사는 가뭄에 콩날 정도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음주운전자 때문에 가정이 파탄났다는 기사가 얼마나 흔하지?

한국인은 전세계적으로 똑똑하다고 말하지만, 술을 마시면 모든 이성이 마비되나 보다..

정말 신기한 문화의 한국이다.


한국 운전자들의 특징에서 빠뜨릴 수 없는게 있지. 잦은 차선 변경이다.

구조가 잘못되어 차선 변경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한국 도로에는 참 많다. 내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해야만 하는거지. 그런데 그런 구조적 문제와 관계없이 한국 운전자들은 이 차선에서 저 차선으로 왔다갔다 한다.

전방의 교통상황에 따라 저 차선이 나을 것 같으면 저 차로로 옮기고, 다시 조 차선이 나을 것 같으면 조 차로로 옮긴다. 운전하며 계속 머리를 굴려야 하는거지.. 물론 왜 그런지 그 이유는 나도 이해한다.. 나도 한국에서 운전할 때면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와 비슷하게 되어버리기도 하니까.

땅이 넓은 북미에서 운전하면 그런 현상이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완전히 없진 않지만 거의 볼 수 없다. 공사중이거나 버스가 있거나 하면 차선 변경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그냥 자기 차로에 머물러 있다. 그들이라도 바보들은 아니건만.. 이래나 저래나 땅덩어리 넓은 데서는 용을 써봐야 결과가 비슷해지는걸 아니까.

사실 한국에서도 같은 결과를 갖지만 왔다갔다 하더라고.. 그러니 한국 운전자 중 상당수는 조급증 환자들이 아닌가 의심이 되지. 그렇게 차선 변경을 하다보니 덩달아 사고도 많아질테고.. 위에서 말한 '칼치기'도 여기에 포함될거여..


그리고 하나 더 들자면, 오토바이:

한국에선 오토바이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가 보다. 배기량이 꽤 되는대도 번호판을 달지 않는 채 운행하는오토바이가 있기도 하고, 신호등 신호는 무시하는건 당연하며, 폭음을 내며 질주해도 단속 당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참 신기하지..



도로에서 마주하는 운전자들이 점점 더 거칠어진다고 한국에 올 때마다 느껴진다. 한국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들 대부분에서는 운전이 그리 어렵고 힘들지 않다. "초보운전"이란 표시를 할 필요가 없지. 고경력 운전자건 초보운전자이건 운전 규칙/법규를 거의 대부분 준수하니까.

그런데 어떤가? 운전 규칙이 실종되어 버렸고 '거리의 법칙'이 지배하는 아비규환, 정글 아닌가?


울 아지매와 똥깡님도 한국에서 자유롭게 운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캐나다에선 옆 나라 미국까지 국경을 넘어 혼자 잘도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운전을 아예 못하거나 거의 하지 못하니...

그런데 그런 날은 언제쯤, 어떻게 오게 될까? 과연 지옥도로 보유국, 한국에서 가능한 일일까?


한국 도로도 쉽고 안전하게 되길 빌며..


한국 도로의 민낯(The Road Audit)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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