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에서 첫번째 근무했을 때 김정식 기장님과 필리핀 세부(Cebu) 레이오버를 여러 번 갔었다.
김 기장님과 함께 세부에 가면 저녁을 항상 펄(Pearl) 정육점에서 같이 먹었었다.
베풀기를 워낙 좋아하시는지라 승무원 전부를 데리고 가셨었지. 호텔에서 택시 2대를 불러 나눠 타고..
펄 정육점으로 오/가는 길이 엄청 막혔었는데 나중에는 어디로 가면 지름길인지 택시기사에게 얘기해 줄 수 있었다. 도사가 된거지.
기장님이 펄 정육점을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사장님하고 기장님은 아주 친하셨다.
기장님은 승무원들에게도 늘 베푸셨지만, 현지 교포들에게도 자주 그러 하셨다. 명절이 다가오면 레이오버 가방에 이것저럭 바리바리 싸서 여러 분들에게 갖다 주시곤 하셨다.
아빠같이 대해주시니 승무원들에게는 항상 짱이셨고..
사실, 기장님의 따님도 승무원들과 비슷한 나이였으니 정말 딸 같아 보였을 것 같다. 미국 미시간주의 공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 잘했다고 좋아하셨었어..
펄 정육점에 가면, 기장님이 요리를 직접 다해주셨었다.
먼저, 삼겹살을 주문해 어느 정도 먹은 후, 구워진 삼겹살을 잘게 썰고 거기에 온갖 양념과 밥을 넣어 잘 볶은 후 참기름을 뿌리면... 정말 그 맛은 최고였다.
우리가 고기를 썰거나 볶으려고 하면, 당신이 하셔야 맛이 좋다고 우리보곤 못하게 하셨었네..
어느 날은 아지매가 같이 따라갔었는데 그 날도 기장님이 펄 정육점으로 우리 전부를 데리고 가셨다. 맛에 민감한 울 아지매도 칭송한 맛~!!
매번 얻어 먹기가 거시기해, 어떤 날은 '오늘은 제가 냅니다, 기장님'이라고 선포하고 간 적도 있었다.. 그 날도 맛있었어..
세부의 돼지고기는 완전 자연산이라고 했다. 본격적 축산업이 아직 안되는지라..
고기 맛이 아주 좋았다.
아시아나항공 소속이셨던 기장님은 에어부산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아시아나로 복귀하셨다.
그 후, 에어서울이 출범할 때 창립멤버로 참가하셨고 거기서 은퇴하셨다.
중국 쿤밍의 럭키항공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휴가로 한국에 오던 날 서울 방화동의 에어서울 사무실로 찾아뵌 적이 있었네..
중국 회사 그만 두고 에어서울로 오라고 여러번 그러셨지.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시는 걸 알고 계셨으니..
한국으로 돌아와 청주에서 에어서울로 출퇴근하는걸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데, 중국에서 있으면서 2주의 휴가를 이용해 어머니를 돌봐드리는게 더 낫다고 결론내렸지. 큰형네도 그렇게 하는게 좋다고 하고..
캄보디아의 JC항공에서 일할 때 김기장님이 시엠립 레이오버를 하신다고 연락이 왔다. 에어서울이 시엠립 비행을 시작했다고 하시면서.. 회사 스케쥴러에게 부탁해, 나도 시엠립에서 머무는 비행일정으로 바꾸었다.
그리곤 기장님을 시엠립 호텔에서 만나 M Cook 식당으로 갔다. 에어서울 승무원 전부와 함께 M Cook 이층에서 오랜만에 기장님표 볶음밥을 맛있게 해 먹었다. 아직도 여전하시다..
에어부산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던 어떤 날, 코타키나발루 도착 후 호텔에서 신나게 자고 있는데 띠리리링~하며 전화가 왔다. "김기장, 안일어 났어? 올라와 아침 같이 먹자, 빨리 올라와"라 하신다.. 아니 이 양반은 내가 어젯밤에 여기에 도착한걸 어떻게 아셨댜? 좌우지간 김기장님다우시다.. ㅎㅎㅎ
은퇴 후 그냥그냥 지내신다는 기장님. 몇 달 전에 그 따님이 결혼해 집을 떠났다며 아주 후련해 하셨다. 나이가 차면 부모의 곁을 떠나 제 살림을 차려야지, 부모와 계속 살게 되면 싸우기만 한다고 하시더라고. 울 똥깡님도 그런 시기가 되어가는데 결혼해 나가면 김기장님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