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유일의 항구, 그리고 제3의 도시
2018년 4월,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엘 자동차로 다녀왔다.
캄보디아의 JC Int'l Airlines에서 일하게 되면서 프놈펜에서 살던 어느 날, 해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휴양지가 있다며 다녀와 보자고 아지매가 그랬지. 외국인들이 꼭 찾는 곳이라네.. 곧 캄보디아 신년설이 다가오기에 도로가 붐비기 전 다녀오자고 길을 나섰다.
4번 국도를 따라 운전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위험한 도로는 우리에겐 처음이었다.
중국 쿤밍에 살 때, 운남성의 고속도로 운전이 위험하여 가급적 고속도로를 타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중국 고속도로 그 자체가 불완전하다는게 아니고 그 도로 위를 주행하는 중국인 운전자들이 문제였다. 개판... 지 맘대로들 돌아다니는 운전자가 태반이었으니...
그런데, 캄보디아 4번 국도에 비하면 운남성의 고속도로는 순둥이다. 비교 자체가 안된다.. 여긴 도로 자체도 문제였고..
차선 구분도 없고, 우측통행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규칙이 없는 무법천지..
마주오는 차량이 있어도 아무 때나 반대차선으로 들어가 추월을 한다. 심지어 컨테이너를 매달고 다니는 대형 트럭이나 유조차들까지 똑같은 행동을 한다.. 사고가 난 곳을 여러 번 지나치기도 했고.. 후진국답게 도로 표지판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은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참 어렵다.. 공돌이의 한계여, 한계... ㅠㅠㅠ
우리가 다녀 온 몇 달 후, 캄보디아 국왕의 동생이 그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대형 SUV를 타고 있었음에도... 그 기사를 보고 우리 부부는 상황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었지.
나중에, 캄보디아 부기장들에게 시하누크빌엘 차 몰고 다녀왔다고 하니 다들 놀란다. 거기다 우리 차인 소형차 기아 비스토를 운전하여 갔다 왔다고 하니 한 번 더 놀라고...
누가 그런 도로인줄 알았나? 라오스에서 살며 후진국 도로를 돌아보긴 했었지만 캄보디아 4번 국도는 내 상상 밖이었으니...
[캄보디아에서의 우리 애마, 기아 비스토(Visto). 20살이나 된 할배였지만 손을 보고나니 노익장을 과시하며 아주 잘 달렸다. 비스토라는 한국 차가 있는지는 캄보디아에 가서 처음 알았다. 예전 한국에 살 때 티코 한 대가 있었기에 소형차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이건 완전 처음 보는 차였다.
프놈펜의 세차장에서.. 여럿이 달려들어 세차를 하는데 5불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4번 국도의 표면상태는 신기하게도 좋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싱가폴 회사가 유료 도로로 유지했었다더라고..
이런걸 보면 자동차를 달리며 커피 마실 때 조심해야 하는 한국 도로가 참 희한한거지.. 하도 덜컹거리기에 오죽 했으면 얼마나 덜컹거리는지 내가 조사를 했을까? 엉망진창인 한국 도로여..
어쨌든 시아누크빌에 도착했는데, 세상에나 세상에나... 뭔놈의 도시가 온통 쓰레기로 뒤덮혀 있는지..
여기도 쓰레기, 저기도 쓰레기. 그 쓰레기 옆에서 장사를 하고.. 쓰레기 옆에서 먹고 마시고...
비닐봉투에 넣어 버린 쓰레기의 봉투가 터져버려 날아 다니고..
거기다 아무데서나 그 쓰레기를 태우고.. 그 연기하며...
숙소 근처는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쓰레기를 모아 놓기는 했지만 아주 불결하다..
시아누크빌 시내로 진입하다 본 건물들..
집 뒷쪽으로 쓰레기를 얼마나 버려댔으면 집 뒤가 온통 쓰레기장인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야..
해변가로 나왔더니 거기도 쓰레기..
백사장 자체에는 쓰레기가 별로 없었지만, 백사장에서 조금만 떨어진 공터에도 온갖 쓰레기..
프놈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도로가에 방치되어 있는 쓰레기가 눈에 거슬렸는데, 프놈펜 쓰레기는 시하누크빌에 비하면 청결한 편이다.
도대체 이런데를 뭐가 좋다고 오는지.. 우리 부부는 곧바로 프놈펜으로 돌아오려다 그나마 온거라고 둘러보기로 했다. 숙박비도 Booking.com에서 다 내고 왔으니..
차라리 돌아와 버렸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겠다.
시하누크빌은 내가 다녀본 곳 중에서 두번째로 더러운 곳이었다.
첫번째 도시는 방글라데시 다카(DAC). 1998년에 한 번 다녀왔었던..
대한항공에서 일하던 90년대 어느날 밤, A300 화물기로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 마닐라를 경유하여 새벽녁에 싱가폴 땅을 밟았다. 다음 날 타 항공사의 여객기를 승객으로 타고 방글라데시의 다카공항으로 향했다. 배종열기장님하고 이현상 기관사, 우리 일행은 이렇게 3명.
배기장님은 항공대 선배셨고 충북 영동이 고향이셨다. 성격이 참 수더분하고 좋으셨지.
이현상 기관사는 공군에서 전투기를 타시다 제대 후 빵집을 운영하기도 하시고 일산에서 비행클럽도 만드신 대단한 분이지. 대학생 때, 미국으로 조종사 면허증을 따러 가기 전 친구와 들렀을 때 상담을 해 주셨다. 이 분하고는 인연이 많다.
우리 셋이 다카 공항에 내려 픽업 차량을 기다리는데, 공항 울타리에 아이들이 원숭이처럼 매달려 우리보고 '원 달라, 원 달라'를 외친다. 그러다 회초리를 든 경비원한테 맞아 쫓겨나고..
회사 직원이 우리를 픽업해 시내로 들어가는데, 거리의 모습이 완전 충격 그 자체였다.
도로에 차량, 우마차, 리어커, 자전거 등등 온갖 것이 다 섞여 분주한데, 그 도로의 중앙에는 뭔가가 쌓여있었다. 꼭 중앙 분리대처럼 주~욱...
저게 뭐냐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쓰레기와 똥이란다... 헐...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집 안에만 더러운게 없으면 된다며 집 밖으로 그냥 다 던져 버린다고...
그 쓰레기와 똥이,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에 계속 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더라고..
처음 와보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사라지고 그런 짓을 하는 인간들이 경멸스럽기 시작했지.
다카의 어느 작은 호텔에서 묵던 하루 종일, 호텔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었다.. 더럽고 냄새가 나서..
도착 이틀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발일이 밝아왔다.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을 이륙하고 나니 아, 드디어 숨쉴 수 있다~~.
그 때는 98년.. 20몇 년이 지난 지금의 방글라데시는 나아졌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가보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다.
2018년의 시하누크빌.. 98년의 다카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더러운 도시다.
JC항공에서 일하며 시하누크빌 레이오버가 자주 있어 시하누크빌의 소카(Sokha)호텔에 머물었는데, 호텔 밖도시의 모습은 처음 다녀왔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소카(Sokha) 호텔의 뒷정원과 모래사장. 캄보디아 고위관리들이 호텔에 올 때는 헬리콥터를 타고와 호텔 헬기장에 착륙했다. 앞정원에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내리고 오르곤 했지..
저 멀리 중국자본이 짓고 있던 카지노/호텔이 보인다. 건물명이 한자로 시후였어. 성재 아들이 시후인데..]
휴양지로 알려졌다고 하던데,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지??
캄보디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참, 시하누크빌에서 한국인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서울식당'에서 들러 두 번 식사를 했었다.
시하누크빌에 가기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KBS 인간극장으로 방송된 내용이 있더라고.. 2017년 6월 달에. 원래 인간극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라, 시하누크빌의 노부부 식당편을 쫘~악 보고 갔었지.
할머니는 어찌나 그리도 정정하신지. 치매로 고생하시는 청주 어머니와 거의 같은 연배신데도 아직 영업활동을 하신다.
방송에 대한 뒷얘기도 듣고..
인간극장에 나왔던 식당 요리사 청년 완이는, 할머니네 돈을 갖고 도망갔단다. 전기세를 내라고 돈을 주었는데, 내질 않고.. 그리고 할아버지 휴대폰도 들고 가 버렸고.
여러 번 느끼는 거지만, 캄보디아인들은 도둑질의 생활화에 익숙한 사람들인거 같다. 같은 얘기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듣게 된다.
음식을 푸짐하게 참 잘하시는데, 연세가 드셔서 청결함을 유지하기엔 힘들어 하셨다. 80이 넘으신 분들이니 당연하지. 갈 때마다 식탁을 우리가 닦았고.
식당 앞 길은 시하누크빌 답게 매우 더러웠다.고인 물이 썩고 냄새하며...
식사하러 들를 때마다 몇 시간씩 할머니 얘기를 듣다 왔다. 스토리도 많고 말씀을 참 잘하시는 분이었지.
음료수를 사다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셨고..
우리가 떠난다고 떡을 싸주셨는데 아주 맛있었다.
건강하시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곳에 계셔 걱정을 많이 하시던데..
시하누크빌 공항은 아래 지도에서처럼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이다. 녹색으로 표시한 곳이 공항 활주로.
도시 북동쪽이 산악지대인 시하누크빌에서는 남서풍이 부는 우기가 되면 엄청난 비구름이 그 지역을 뒤덟는다. 시엠립에서 시하누크빌로 비행하다보면 거대한 먹구름이 성벽을 두른 듯한 모습으로 기다리지. 그걸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시하누크빌 공항으로 접근할 수 있다. 기장과 부기장, 두 조종사의 마음이 답답해지는 순간이여.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ㅠㅠㅠ
Rwy 21 방향에만 ILS 시설이 있는 이 공항은 ILS 결심고도(DA)가 770 피트로 매우 높은 특이한 공항이다(일반적인 ILS 결심고도는 200 피트). 접근하면서 왼쪽으로 절벽 모습을 한 산이 쭈~욱 이어지는 지형 때문에 그렇게 설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우기에 접근하다 보면 770 피트나 되는 결심고도 이하에서 공항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자주 생겼다. 비가 퍼붓기에.. 퍼붓는 정도가 어느 정도일까? 비가 많이 오는걸 양동이로 퍼붓는다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선 양동이 몇 천 개가 한꺼번에 쏫아지면 비슷하려나?? 살면서 이렇게 굵고 매서운 장대비는 보질 못했다.
비가 퍼붓는 날엔 착륙 후 공항에서 시내 호텔로 가는 걸 걱정해야 하기도 했다. 온통 물난리니.. 침수가 안된 길을 찾아 삥삥 돌아야 하기에.
여기 저기 사고로 퍼져있고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하며..
쓰레기에 더해 시하누크빌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중국화되던 장면들이었다.
JC항공을 포함한 많은 중국회사들이 엄청나게 많은 고층 빌딩을 시하누크빌에 짓고 있었지. 중국 건설회사들은, 캄보디아 현지인들을 고용하기 보단 중국인 노동자들을 데리고 와 진행했기에 공사장 근처를 지나면 중국 쿤밍에 와 있는게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았다.
현지인들은 찬밥 신세가 되어 카지노에서 일하거나 일자리를 잃었고 점점 시내에서 먼 곳으로 방을 옮기고 있었다.
시내에는 중국인 카지노 고객, 노동자, 가게와 식당, 조폭, 매춘부 등등이 가득해 중국인지 캄보디아인지 헷갈리는 해방구 같아 보였지.
훈센 총리가 친중 정책을 쓰다보니 그렇게 된거지 뭐...
한국으로 돌아온 후 들리던 소식, 훈센이 정신을 차렸는지 시하누크빌의 중국인들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단다. 중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느라 정신없었다고 하던데 그 반대로 시하누크빌엔 중국인들의 쓰레기가 남겨졌으리라.. 준공 후 제대로 손님이 찾지 않게된 카지노와 짓다만 건물의 콘크리트 덩어리...
캄보디아인들이 살면서 생활쓰레기를 남겼오고 있다면, 중국은 거대한 흉물 쓰레기들을 남겼다.
시하누크빌, 중국하고 가까이 지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그런 곳이다.
한 때나마 중국인들이 돈지랄을 떨던 그 곳,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궁금하다.. 세상이 정상화되면 언제 한 번 가봐야겠다.
https://www.youtube.com/@allonboard7654/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