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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터 Chester Apr 01. 2024

K-도로의 '차로수 균형'

쉬운 도로가 안전한 도로: 도로 설계개념을 바꿔버리는 한국

'차로수 균형'이란 도로 설계개념이 있다. 한국 도로설계편람 215-4에 해당 내용이 실려 있고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차로수 균형의 기본원칙은 <그림 215.1>에서 나타내는 바와 같다.

이 개념은 엇갈림 구간에서는 엇갈림에 필요한 차로 변경 수를 최소화하고, 연결로 유출입부에서는 균형 있는 차로 제공을 통해 구조적인 용량 감소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설계 개념이다. 

입체교차시설의 유출입 연결로나 엇갈림 구간 설계에서 차로 균형 개념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이 구간의 운행 특성상 다른 구간보다 많은 혼란을 야기시켜 상시적인 병목 구간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한다."


캐나다의 도로 설계 책자인 Geometric Design for Canadian Roads에서는 차로수의 균형(Lane Balance)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To realize smooth and efficient operation on a section of road including through and beyond an interchange, there should be a balance in the number of traffic lanes on the through roadway and ramps. The minimum number of lanes required is initially determined from the design traffic volumes and capacity analysis. However, in some instances it is desirable that the number of lanes be increased to promote smooth, safe operations, and to accommodate variations in traffic patterns."

'인터체인지와 같은 도로 연결 구간에서 본선과 유출입부 사이에는, 차량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통과를 위해 차로 수의 균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차로 수는 설계 교통량과 용량 분석을 통해 초기 결정되지만, 원활하고 안전한 차량 통행과 다양한 형태의 교통 패턴을 수용하기 위해 차로수를 늘릴 수 있다."


한국 도로설계편람보다 캐나다 책자의 설명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설명과 함께 차로수 균형에 대한 공식이 실려 있다.

공식은, 한국 도로설계편람과 미국, 캐나다 자료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도로설계편람에 실려 있는 공식은 뭔가 이상하다. 저 위의 <그림 215.1>에 나오는 NCNE+NF-1이 그것으로 분기 구간 그림 옆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공식을 2개 차로로 진행하다 반대 방향으로 갈라지는 도로에 대입해 보면, 21+1-1이니 성립이 된다. 아니 이럴수가?? 이렇게 갈라지는 도로는 한국에 널려 있고 거길 다닐 때마다 이러면 안되는데란 생각이 들었었지만 도로설계편람의 기준에는 맞는단다. 정말 희안하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자료에 나와 있는 기준에 대입하면 성립되지 않는다.  

어떻게 한국만 이 개념의 정의가 달라지지? 한국만 특수한 나라인가? 혹시 베껴오다 실수한건 아닌지? 


아래 일본 자료에는 도로설계편람의 공식과 똑같은 공식이 소개되어 있다. 도로설계편람처럼 합류부에 대한 설명이 글로 되어 있는데 일본 자료의 내용이 훨씬 자세하게 되어 있다. 

일본 매뉴얼에 나오는 Lane Balance 설명


캐나다 자료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갈라지는 구간과 합쳐지는 구간의 공식이 따로 명확히 나와 있고 예시도 확실하게 실려 있다. (출처: Geometric Design for Canadian Roads Chapter 3)


위에서 언급했던 2개 차로로 진행하다 한 차로씩 갈라지는  구간은 녹색 표시 부분처럼 되어야 한다. 공식에 대입행 보면, Nb+Nc=Na+1, 2+1=2+1.


차로수의 균형에 관한 한국 도로설계편람의 다음 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기본 차로수와 차로수의 균형에 대한 예시(그림 215.2)가 나온다. 그림 215.1에 실려 있던 공식을 이 예시의 분기구간에 대입해 보면 공식이 이상함을 재확인 할 수 있다. 등호(=)라야 할텐데 부등호(≥)라니.


그리고 이 예시는 캐나다 자료에 실려 있는 예시와 동일하다. 판박이처럼 똑같은 걸 보니 아마도 해당 분야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예시인 듯해 보인다. (출처: Geometric Design for Canadian Roads Chapter 3)



그럼 분기구간의 실제 도로는 어떨까? NCNE+NF-1로 대표되는 한국식 차로수의 균형 기준에 적합할까? 아니면 교통선진국의 Nb+Nc=Na+1로 되어 있을까? 선진국 기준에 부합한다면 K-도로가 운전하기 어려운 도로가 아닐 것이다. 

합류구간에 적용되는 공식을 분기구간 그림 옆에 실어 놓은 것 같은데, 혹시나 K-도로의 이상한 분기구조 도로들이 이 공식을 근거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어 작성해 보았다.


내가 쓴 책, '이런데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정부에서 보상받자'의 두번째 장에서도 차로수 균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에서는 서울 행주대교 남단의 합류구간을 예로 들었지만 선진국의 차로수 균형 기준에 맞지 않는 분기구간/합류구간 예를 K-도로에서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 케이스들을 다음 장에서 다뤄보기로 한다.


"쉬운 도로가 안전한 도로. 한국에도 만들어 봅시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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