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렁꿀렁 쿵쾅쿵쾅, 한국 도로의 표면은 왜 이럴까?
책, '이런데서 사고나면 누구 책임? 정부에서 보상받자'에 썼듯이 한국 도로는 엄청나게 꿀렁거린다. 어떨 때는 쿵쾅거리기까지 한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차량을 타도 꿀렁거림이 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하물며 서스펜션이 딱딱한 차량에서는 어떤가?
'연약지반 침하중'이란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는게 한국 도로이다. 지반이 연약해서 침하 중이고 그래서 표면이 고르지 않다라는 의미인 듯 한데, 이걸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지반이 연약하면 그걸 다지는 공법이 있지 않을까? 그 공법으로 다지고 나서 건설했으면 됐을텐데 왜 이렇게 했을까?
캐나다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1번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온타리오주 북부 지역의 늪 지역을 지나야 했다고 한다. 그구간의 지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지반 침하가 발생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자원이 들은 난공사였다고 한다. 그런 구간도 편평하게 건설하는 나라가 있는데.. 그것도 1960년대 시절이니 무려 60년 이전의 기술로..
책에서 언급했던 도로의 편평도(IRI, International Roughness Index)를 직접 측정해 보기로 했다. 아래는 그 결과.
측정 방법: TotalPave 이용
- IRI 측정치: 색상으로 표시 (왼쪽 구석)
- 측정 간격: 100m
측정앱: RoadBump Pro
- IRI 측정치: 노란색 그래프로 표시
- 이용차량: 미니 쿠퍼
스마트폰 앱으로 개발된 측정 방식을 사용했기에 당연히 공인된 결과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꿀렁거리는지 참고하기엔 적당했다. 아, 수치로도 대단하게 나오는구나.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캐나다 주요 도로의 IRI 결과치는 공개되어 있다. 집 근처의 고속도로 IRI는 대부분 1 미만으로 매우 평탄하다. 그러기에 운전하며 음료를 마시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 한국 도로에서 뜨거운 음료를 마시려면 아주 조심해야 한다. 전방을 잘 살피고 도로 표면이 꿀렁거리는 구간인지, 특히 교량 연결 부분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조심조심하며 조금씩 들이켜야 한다. 그러다가도 눈에 보이지 않는 꿀렁 구간을 지나게 되면 얼른 보온병을 입에서 떼야 한다. 당해본 운전자는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물론 위의 IRI 결과를 봐도 이해가 된다.
캐나다 TAC(Transportation Association of Canada)에서 발간한 책자에 IRI 기준이 설명되어 있다. 2.8 이상이면 재시공이라고 하는데 위 측정결과를 보면 한국 도로는 거의 다 재시공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도로의 IRI 기준에 대해 찾아 보았다. 서울시에서 만든 자료에 이렇게 나와 있다.
준공시 IRI 허용기준이 4라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2.8을 초과하면 재시공이라고 하는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6, 보조 간선도로에서는 8까지 허용된단다.
기준의 차이가 너무 크기에 혹시 한국 IRI와 캐나다 IRI의 단위가 다른가 싶어 확인해 보았다. 둘 다 m/km로 동일했다. 어떻게 기준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까?
어떤 자료에는 국도와 고속도로의 IRI 기준으로 3.5와 3.0이라고 나와 있었다. 3.5와 3.0도 TAC 기준이라면 재시공이긴 하지만 그나마 기준을 낮게 설정해 놓긴 했다. 그런데 이 기준이 실제로 현실에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일까? 위에 게시한 IRI 측정치들을 보면 믿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했으니 신뢰할 수 없다고? 글쎄..
결국 싸고 싸게 만들었기에 때문이라고 여겨지는데 싸게 만들어 놓으면 최선일까? 제대로 만들어 놓아야 사후 비용이 적게 드는것 아닌가? 그리고 정말로 예산이 낮게 잡히는 걸까?
한국 도로를 달리다 쿵꽝거릴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떠오른다.. 어떤 나라에서는 고요하게 운전하고 다니는데, 어느 나라에서는 뒷좌석의 아이가 못자겠다고 투덜거리고 그런다. 한국은 정말로 선진국에 진입한게 맞을까? 기초가 튼튼해야 함은 개인의 실력 뿐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일 듯 한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