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2023올해의 작가상 - 갈라포라스 김
-작가로서 영감을 받는 것 :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이해하는 것.
역사를 정리하면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현재 시대의 동기가 무엇인지 실제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자료를 바라보는 방법 : 역사적 자료는 그것을 접하는 시대마다 다르게 틀이 짜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사실이 세대마다 재구성되는 방식을 통해 실제로 특정 시기의 문명이 지닌 태도를 볼 수 있다.예를 들면 어떤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70년대와 지금의 제시 방식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를 통해서 사회, 문화, 역사 자체에 대한 생각이 그 시대에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예술로 개입하는 방식: 예술 작품은 이미 정립되고 해결된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작동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침이 아니라, 이미 해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뒤흔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같은 역사적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거나, 원래 그 역사가 어떻게 쓰여졌을지에 대한 문제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신작을 통해 원래는 자연석이었던 고인돌을 고대인이 자연이라는 것 외에 새로운 의미를 지닌 기반 구조를 만든다는 내용의 세 폭의 그림을 제작했다. 그리고 현대 이르러, 그것들이 역사적 유물로서 유네스코의 유적지가 되기도 하는것을 말한다. 이처럼 같은 것이어도 누가 이를 바라보는 틀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기능과 의미가 달라진다.
-구성의 변화 : 인간 혹은 비인간적인 세상의 이해
작가는 박물관, 미술관의 기록이나 목록, 분류법 등에 질문을 가진다.자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치고 분류될 때, 그 층위가 조작되는 방식에서 어떤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에게 하나만 보여진다면 그것은 실제로 조작하는 사람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자료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 자신의 삶과의 관계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전시작품 중 하나는 어떻게 곰팡이가 소장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룬다. 대영박물관의 수장고에서 채집한 포자로 이뤄진 작품인데포자들이 전시실에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곰팡이가 소장품을 먹어치우고 소장품이 이제 그들의 위장을 통해 전시장으로 오게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 소장품들이 새로운 형태로 자라나는 걸 볼 수 있게된다.
작업에서 자연과 함께 일하는 법을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실내의 대기 중 수증기량이나 미세한 소금의 양처럼 통제가 불가능한 어떤 것들을처음부터 미리 결정짓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들이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료 자체가 순조롭게 작용하고 전시실 안에서 작품이 완성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협력을 바란다.
:멕시코 국립인류학연구소와의 협업으로 테오티우아칸의 태양의 피라미드 안에서 발굴된 거석 두 점의 복제품을 제작했다. (테오티우아칸은 콜럼버스 이전 시기에 건설된 피라미드가 모여있는 멕시코 시티에서 약 40km떨어진 유적지다. 본래 이 거석은 테오티우아칸의 태양을 위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던 유물로, 정확한 용도는 알려진 바 없지만, 제의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작가는 연구소에 편지를 보내 중요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르는 이 거석들의 빈 자리를 대신하여 작가가 제작한 복제품으로 가져다 놓는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제도에 의해 희생된 고대의 가치를 떠올리고 유물의 외양 보존뿐만 아니라 존재 의미가 함께 보존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18, 9월 브라질 국립 박물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박물관에 소장된 상당수의 역사, 과학적 유물이 소실됐다. '루치아'는 이때 손상된 유물 중 하나로, 1970년 어느 동굴에서 발견된 여성으로 추정되는 유해이다. 박물관 직원들은 DNA검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루치아의 유해를 복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작가는 브라질 국립 박물관 관장에게 편지를 보내 루치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 유해가 사후 세계에 머무를 수 있도록 제안한다. 특히 매각이나 처분이 어려운 박물관의 소장 시스템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우연히 발생한 화재를 통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던 루치아가 다시 유물로 돌아가지 않고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작가는 화재로부터 나온 재가 묻은 휴지를 전시하는 행위가 루치아를 일개 유물이 아닌 온전한 사람으로 대하기를 바라는 의미이며, 이 행위를 통해 인간 유해가 전시되는 과정과 관습에 의심하고, 박물관 제도 속에서 오브제의 보존가치와 우위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지 질문한다.
2019, 갈라포라스 김은 광주에서 발굴하여 국립광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기원전 1세기 미라들의 세속적 사후세계를 관찰했다. 작가는 이 유해들이 숨을 거둔 곳으로부터 임의적으로 옮겨져 광주의 박물관이라는 장소에서 사후의 육체가 영구히 보존되어야 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살아 생전 원하던 사후세계와 상관 없이, 이 유해들의 최종 안식처는 현재의 인간이 만든 제도에 의해 문화 기관으로 지정되고, 유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이 상황을 정당화 한다. 작가는 국립 광주박물관장에 편지를 보내 유해들이 원래 의도했던 사후세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도록 제안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매개자를 통해 영혼과 접신하고 유해 스스로가 보존되길 바라는 곳을 직접 물어보는 주술 행위에 기반해 작업을 제안했다. 소환된 영혼들은 페이퍼 마블링 기법을 이용해 물의 표면에 뿌려진 안료들을 재배치하여, 그들이 가고자 희망하는 위치를 가리키는 지도를 만든다.
안료가 뿌려진 물의 이미지를 종이로 포착한 이 지도는 작가의 의도나 기관의 규칙과 상관 없이 영혼들의 온전한 바람을 담고 있다. 이 과정은 살아 있는 자들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죽은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귿르의 사후세계를 존중하는 방법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도록 한다.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작품 철거 기간동안 수집한 먼지나 잔해들을 모아 정육면체의 작업으로 재해석했다. 작가는 예술적 가치가 부여된 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환경과 그 '대상'의 부산물인 잔해나 나잔여물이 인위적인 예술품과 유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하버드대학 피바디 박물관에서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고대 마야 문명의 신비로운 천연동굴로 알려진 치첸이사의 신성한 세노테에서 발굴되고 옮겨진 유물들을 발견하면서, 이 유물을 둘러싼 역사적, 법적 소유권에 대하여 고민한다. 20세기 초반, 약 30,000점에 달하는 유물과 유해들은 미국의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그 과정에서 원 소유주인 마야의 비의 신 '차크'로부터 멀어져 건조하고 차크의 빗물이 닿을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이에 작가는 피바디 박물관 관장에게 편지를 보내 이 유물에 떨어져 나온 조각을 모아 빗물을 만나게 하고, 물에 잠겨 본래 수행하던 제의적 기능을 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 작가는 중앙아메리카 열대식물인 코펄나무의 수지와 피바디 박물관 수장고에서 보관되던 유물들에게 떨어져 나온 먼지를 모아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고, 이 오브제가 빗물과 만날 수 있는 작업을 설치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소나무의 송진을 이용해 유물의 먼지가 물과 만날 수있도록 재제작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업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으로, 전라북도 고창에 위치한 고인돌을 바라볼 수 있는 세 가지 방식의 관점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고창에는 500개가 넘는 고인돌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 고인돌들은 거석문화 시대의 기원전 1000년 이내의 기간 동안 묘지의 표지석으로서 제의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이 유적지는 2000년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작업의 첫번째 화면은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이미 죽어서 고인돌에 묻혀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본 풍경을 보여준다. 두 번째 화면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역사공원으로분류된 고인돌의 상황을 보여준다.
문화유산의 관점에서 고인돌은 묘지로서의 기능은 잃어버리고 역사적인 유적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마지막 화면은 인간과 역사를 벗어난 자연의 관점에서 고인돌을 바라본 것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고인돌의 표면에 그림을 그려 나간 이끼 드로잉 이미지다.
영국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발견된 곰팡이 포자는 소장품들의 보존 상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소장품의 일부가 되어 수장고를 쉽게 떠날 수 없다. 소장품의 서직지를 침범한 곰팡이는 박물관이 소유한 자신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이 곰팡이는 포자 형태로 배양되어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서야 수장고를 떠날 수 있다.
곰팡이 포자가 박물관 수장고 안에서 발견되고, 다시 미굴관에서 전시됨으로써 의미가 부여되는 상황은, 특정한 체계 안에서 존재의 가치가 변화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포자는 수장고에 있는 소장품을 먹어치우고 전시장에 번식한다. 우리는 포자를 통해 소장품이 미술관을 떠나 새로운 형태로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건조기에서 나오는 물 호스를 연결하여 흑연이(?)묻은 천에 투과하면 그 물이 아래의 캔버스에 궤적을 그리는 형태로 박물관 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는 것 같은 작품. 지금도 계속해서 유물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리움, 국현미에서 갈라포라스 김 작가의 작품을 보고 요즘 완전 푹 빠졌다.
-그렇다면 박물관의 용도는 무엇인가.
-유물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언젠가 박물관에서 17세기의 러브레터, 일기장 과 같은 지극히 사적인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현대인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저세상에서 편지의 주인이 만천하에 자신의 편지가 전시되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너무 창피하지 않을까!!!!!.
-박물관의 미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를 속박하는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탈출'과 같은 작품은 주술행위를 통해 영혼들과 접촉한다고 했는데, 그것을 통해서 진짜 영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할 수 있는건지, 지극히 현재 살아남은 사람들의 시점에서 (유물을 위한다고)하는 자위적인 행위는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