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룸 서울 <BIGGER&CLOSRR>, David Hockney
-60여 년의 활동을 총망라하는 작품세계를, 제작팀과 함께 3년을 공들여 미디어아트로 엮은 전시회. 지나치게 인스타그래머블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호크니의 전시회는 작가가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내레이션 하여 훨씬 의미 있었다.
-2010년부터 줄곧 이어오던 아이패드 드로잉과 이머시브 아트(몰입형 전시)의 결합이 자연스러웠다. 작품을 제작해 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기도 했거니와, 자신이 살고 있는 노르망디 풍경을 천천히 그려나갈 때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밑색 위에 집과 나무의 뼈대를 그리고, 노랑, 연두, 짙은 초록 등의 색의 나뭇잎 브러시가 켜켜이 겹쳐가면서 그림이 완성된다. 완성된 그림을 파헤쳐보면 그 밑에 수많은 시간이 두껍게 쌓여있다!
-호크니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원근법 수업을 통해,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입체파 화가들이 다양한 시점으로 본질을 나타내기 위해 회화를 제작했다면, 호크니는 카메라를 통해 작가의 시선을 표현했다. 우리가 대상을 객관적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마음과 기억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조금 더 사적이고 내밀한 관점이랄까.
-어쩐지 서양의 이성적인 투시도법보다, 동양의 걸음걸음마다 보는 이동시점에서 더욱 정감이 간다. 이 작가의 다양한 취향이 집약되어 있는 작품을 보면서 '너의 취향은 뭐야?, 뭐 하면서 살고 싶어?'란 생각이 들기도.
"나는 사람들이 사물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가끔 놀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더 다르게 볼 수 있기를 제안하고 싶었다"
-"호크니가 바보 같은 유행에 자기 명성을 빌려줬다"는 비평도 있었으나, 87세 할아부지의 호기심, 그리고 계속되는 도전이 아주 흥미롭다. 역시! 삶을 대하는 젊은 태도는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여섯 가지 주제
“원근법을 활용하면 훨씬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나는 작품에 많은 내용을 넣곤 하는데 현실감을 더 많이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 작품 속을 돌아다니면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원근은 하나의 시간을 나타낸다.”
“나는 그저 우연히 극장에서 작업하게 된 미술가일 뿐이다. 화가가 극장에 진입할 대 달라지는 건 협업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타협을 뜻한다. 협업이란 본질적으로 타협이다. 결국 내 스튜디오에서는 나 자신과 타협할 뿐이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해 오페라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오페라를 보러 갈 때 특별한 볼거리가 있기를 바란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차를 운전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그러고는 일주일 만에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사고, 스튜디오를 얻었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야말로 나를 위한 곳이구나.' 처음에는 샌타모니카에서 살았다. 샌타모니카를 안다면 그곳의 모든 것이 직선과 육면체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알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부족한 듯 보였다는 점이다. 사진에는 드로잉이나 회화 같은 생동감이 없었다. 나는 사진이 그 자체의 성격으로 인해 생동감을 지닐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이 포착된 것이다. 그러니 이를 단 4초만 바라봐도 실제로는 카메라가 그 순간을 촬영한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바라보는 셈이다."
"태양이 나를 로스앤젤레스로 이끈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는 날씨가 좋고 따뜻한데, 밝고 색채가 풍부해 항상 섹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로스앤젤레스를 좋아하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냥 그곳으로 갔다.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로스앤젤레스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세 배는 더 좋은 곳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아주 꼬마일 때부터 언제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림이야말로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60년 동안 계속했다.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이 일이 아직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