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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 HQ Sep 24. 2015

특별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와....

준비 없이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도 나쁘지 않다.  

  세상이 그저 즐겁기만 했던 중학교 2학년 때다.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던 난 욕심만 넘칠 뿐 게을렀다. 시골 학교에서 시험 전날 벼락치기만으로 버티던 나날들. 시험을 앞 둔 자율학습 시간은 그저 친구들과 떠들고 놀 수 있는 시간일 뿐이던 나에게. 당시 전교 1등을 하던 짝꿍이 영어사전을 던져주며 툭 건넨 한 마디 '할 일 없으면 영어단어나 외워'......

  수 없이 많이 들은 이야기였다. 공부하라는 이야길 들을 때마다 귀찮기도 하고, 평소에 하지 않아도 시험 전에만 바짝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온 터라 매번 무시했었는데......아무런 이유도 계기도 없이 던져진 그 한 마디 이후 난 조금 부지런해졌다. 그 날 그 한 마디가 내 어린 시절 삶의 전환점이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더 이상 공부 좀 하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조금 더 복잡하게 살아야하는 나이가 되면서,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야하는 나이가 되면서도 지난 삶과 다른 방식의 여러 삶을 살았고 뒤돌아보면 늘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 우연히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한 일들이 많았다. 그렇게 그저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일을 했고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했다. 앞으로 꼭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뚜렷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다. 가끔 불안감이 스며들지만, 곧 이내 사라진다. 그리고 그런 삶들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세상은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목표를 정해서 가면 더 빨리 더 높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무엇이 하고 싶은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을 주지는 않는다. 설사 준다고 해도 과연 그 일이 평생하고 싶은 일일지는 의문이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에게 그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 언제부터 준비를 했는지 물어보면 우연한 계기로 그 일을 시작했고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이야길 종종 듣는다. 뭔가 거창한 계기, 나와는 다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무너지지만 내 삶 역시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안도감도 든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지만.....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 현재 하고 싶다고 느껴지면 우선 해보라고, 결코 그 시간이 헛되거나 하고 싶어하는 일을 못하게 만드는 상황은 아닐꺼라고, 그런 과정을 거치는 삶도 제법 신나고 즐거울 수 있다고.

다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적 문제를 스스로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다는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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