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해진 아이

2020.10.11.

by 채널 HQ

한 동안 밖을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 영향도 있고, 엄마가 계속 몸이 좋지않은 영향도 있고, 아빠가 매일 늦고 쉬는 날도 일을 가야하는 영향도 있고, 아이가 그렇게 또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닌 이유도 있다.


아침, 오늘 자전거를 타고 아이스크림 가게와 정자가 있는 머언 놀이터를 가고 싶다고 한다. 잠결에 들어 그곳이 어딘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엄마가 설명을 해주니 알겠다.


비몽사몽인 아빠와 달리 아이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치셨고, 엄마를 남겨두고 자전거를 타고 널이터로 향했다. 제법 쌀쌀한데 놀이터엔 그늘이 져 있어 추웠고, 그래선가 다른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놀이기구를 타던 아이가 갑자기

‘아빠! 나 용감해졌어요! 여기 이제 그냥 건날 수 있어요!’

아이는 얼마 전까지 그물망으로 된 놀이기구를 건너지 못했는데, 아빠의 도움 없이도 건너면서 자랑을 하신다,

‘우와! 진짜 용감해졌네요!’ 아빠가 호응해주자, 한 번 더 하겠다며 몇 번을 건넌다. 그러다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마지막 칸에서 몸을 앞 뒤로 흔들면서 ‘나 넘어지려고 해요’ 리고 하신다. 물론 스스로 안전한 상황을 이미 확인은 하셨고...


아이는 눈깜짝할 사이에 큰다더니, 애써 조급해하지 않아도 스스로 커가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면 도전하지 않지만 꼭 그래야할 이유는 없으니까.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자연스럽긴하다. 스스로 준비가 됐을 때, 뭔가를 시도한다는 게 다행이다 싶다.


아이는 집에 돌아오는 길, 한 아이가 아빠와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빠는 운동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다보니, 아이에게 그런 걸 알려줘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래도 가끔은 해야하나 싶을 때도 있다. 오늘 그 모습을 아이뿐 아니라 아빠도 유심히 보긴했다. 하지만 이내 곧 내가 못하는데, 아이한테 어떻게 일려주나 하는 고민이 더 크게 들었다. 물론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뭐 굳이 그렇게까지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하겠지?


놀이터에서 놀다가 분수가 나오길래 아이와 분수대 옆에 앉아 보는데,

‘와! 예쁘다! 엄마랑 같이 보면 좋겠는데...’

순간 뭉클했다. 엄마와 좋은 걸 나누고 싶고 같이 즐기고 싶어하는 그 마음에 감동 받았다. 다행히 엄마가 간 병원이 근처에 있었고, 진료가 거의 끝난 시간이라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멀리서 엄마가 나타나자, 아이는 엄마다! 를 외치곤 의자 뒤로 숨는다. 엄마에게 까꿍을 하겠다며..


아이는 요즘 힘들어하는 엄마를 무척 많이 신경쓴다. 다 아빠 잘못인 것만 같아 조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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