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자기전에 오라는 아이

2020.10.17.

by 채널 HQ

아침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데, 아이가 방으로 들어온다. 이것저것 궁금한 걸 끊임없이 재잘거리시니 수업이 집중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잠궜는데, 이내 곧 문을 두드리시며 애타게 아빠를 찾는다. 결국 방 진입에 성공하신 아이는 아빠 옆에 앉아 조용히 같이 수업을 들으시는 듯하더니, 이젠 자판을 눌러 수업을 종료시켜버리신다. 난감한 아빠는 그냥 수업을 포기하고 아이와 바닥을 뒹굴며 놀았다.


그래서 인가? 아빠가 출근을 할 때, ‘일하러 가지마세요, 언제와요? 나랑 놀아요’

잠깐 진심으로 그냥 내일 할까 고민을 했지만, 오늘 몇 개라도 처리를 해야 내일이 편하니 그냥 출근을 한다. 저녁 먹기 전에 집에 오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런데, 일은 일인가보다. 보면 볼 수록 볼게 많고, 쓰면 쓸 수록 쓸게 많다. 자료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전화진동이 온다.

‘아빠! 언제와요?, 나 자기전에 오새요!’

‘응 갈 수 있으면 갈께요, 그런데 늦을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아빠 보고 싶어요!’ ‘아빠도 많이 보고 싶어요’


이미 같이 저녁을 못 먹었으니, 자기 전에라도 가야지했지만, 역시나 그 시간도 놓치고 결국 10시가 남어서야 사무실을 나왔다.


사람 사는게 다 엇비슷한 듯하다. 예전에 친구들이 받던 아이의 전화를 이제 나도 받는다.

이제 시작인가?

아이의 전화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아빠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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