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널 HQ Jun 14. 2023

살아가다... 살아지다...

살아 지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

"저는 사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살아가다'와 '살아지다'라는 것입니다. '살아가다'는 능동적인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살아지는 것은 반대로 수동적인 것입니다. 간다는 기본적으로 앞으로 가는 것입니다. <중략> 앞을 향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의미와 통하게 됩니다. <중략> 우리는 그저 살아가기만 해도 긍정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그것은 내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힘에 끌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우리말에서는 '살아진다'고 예기합니다. 하루하루가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 언어로 본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조현용, 도서출판 하우, 2023.3. 140쪽-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중략>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 살다 보면 살아진다, 박상천, 시집 '그녀를 그리다' 중 -


책을 보다가 맞는 말이긴 한데,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문장을 만났다. 잠시 읽기는 멈추고 독서일기장에 글을 남겼다. 

언젠가 들었던 노래, 뭔가 뭉클했던 노래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딱 이 문장만 계속 맴돌았다.

살아가야 한다,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하는 말, 힘을 주고 싶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는 의미라는 건 알겠고, 맞는 말인데,  뭔가 불편했다.


왜 불편했을까? 아마 힘든 삶을 경험했던 그 때, 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놓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고 있을 때,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을 듣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를 위한 위로임을 알지만, 나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였겠지만, 힘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 듣게 된 그 노래....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 가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고 힘이 났었다.

그래서 불편했나보다. 살아 가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 지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힘들 땐, 살아가는 게 너무 벅찰 때가 있다. 그 땐 그저 살아가는 게 필요하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살아지더라는 말이, 어떻게 든 살아 가고 싶어 무엇이라도 잡고 가고 싶은 게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줄을 잡고서라도 살아간다는 게 결국 살아지는 게 아닐까?

꼭 살아가야하는 게 아니라 간혹 살아지기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부담,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부담,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부담, 뭔가 달라져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것만큼, 모든 부담을 벗어버리고 그저 살아지는 삶 역시 치열한 삶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삼각지역 발판 표지판 오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