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소프트웨어
옛날에 내가 런던에 있을 때 작은 투자회사 사장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서 놀란 것은 그 사장의 서재에 빽빽이 꽂혀 있는 책들이 대부분 그리스어와 라틴어, 스페인어 원전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어느 정도 그 원전들을 읽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문제는 그리스어로 된 기원전의 고전들이 투자회사 사장의 비즈니스에 과연 얼마만큼이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그다지 사업에 도움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근대적 경제학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능통하거나 고전에 해박하는 등 그런 폭넓은 교양이 몸에 배어 여러 전문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은 반은 진실이고 반은 그렇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