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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 개발자 Mar 12. 2022

난 왜 성장하려고 하는 걸까?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고찰한 성장의 이유와 방향

최근 번아웃을 겪었다. 일을 해도 예전만큼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업무도 조금만 해도 힘에 부쳤다. 일을 많이 벌려둔 게 문제였다. 내 능력과 체력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에 맞춰서 업무량을 조절했어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 좋은 것을 자석처럼 끌어 들었다. 처음에는 의욕 충만한 상태라 가능했지만 나의 체력과 의지는 무한하지 못했다. 막판에는 책임감으로 겨우겨우 일을 마무리했다.


구체적으로 성장하려는 이유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미련하게 일을 벌인 이유는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도 하고 싶고 저런 경험도 있어야 할 것 같고 하나라도 부족하면 같은 연차의 사람에 비해 뒤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성장에 대한 압박감이 생긴 것이다. 이 압박감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요즘 내 모습을 보면 성장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그냥 돌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해야 해' 말고는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없었다. 막연하다 보니 멘털도 흔들리고 몸도 쉽게 지쳤다. 쉴 때도 마음 놓고 쉬기 어려 웠다. 남들보다 부족한 점이 보이면 마음은 조급했는데 공부할 체력과 의지는 없었다. 잠시 멈춰 성장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때마침 일을 마무리하면서 코로나에 확진됐다. 강제로 일을 쉬면서 격리기간 동안 내가 왜 그토록 성장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이번 글은 나 스스로를 회고하는 글이기도 하다.


메슬로의 욕구 단계설. 나에게도 자아실현 욕구가 있다.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왜 그토록 성장을 하려고 하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였다. 나라는 개발자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어딘가에서 나를 계속 써줄 것이고 그래야 현재의 연봉을 유지 또는 상승할 수 있고 내 집 마련에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생계형 개발자로서 매우 지당한 이유다. 그런데 내 결핍이 모두 충족된다면 나는 일을 그만둘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느 날 내가 건물주가 된다면 나는 성장을 멈출 것인가? 팀원들과 서로 할 말 없을 때 나눌 법한 질문에 나의 진지한 답변은 '그래도 일은 할 것 같다'였다. 7년간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은 생각보다 꽤 컸다. 예전에는 못했던 것을 이루고 과거에는 어려웠던 게 이제는 할만해지는 기분은 학창 시절 수학 점수가 오를 때와, 턱걸이 개수가 증가할 때의 성취감과 비슷했다. 얻는 과정에서는 스트레스가 있지만 하나씩 이뤄 가다 보면 내가 예전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건물주가 된다고 해도 이런 성취감 없이 산다면 무료하지 않을까? 아직 건물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인지부조화 일지는 모르겠지만. 왜 성장을 하고 싶어 하냐는 질문에 일에서 얻는 자아실현의 욕구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꼭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면.


이번에는 다른 개발자들과 비교해봤다. 개발자 사회에선 코딩 자체가 재미있어서 일을 하는 비중이 꽤 된다.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적용하고 기존 것도 깊이 있게 공부한다. 취미와 일이 같은 덕업 일치인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나는 과연 어떨까? 나는 코딩이 즐거운가? 이 질문에 대해선 '엄청 좋지는 않다'였다. 학창 시절에 공부에 대한 내 태도와 비슷하다. 공부라는 과정이 즐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다. 공부의 목적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함이었고 수학과 과학은 내가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코딩도 IT 서비스라는 업무 중에서 현재 내가 재미를 갖고 잘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은 IT 서비스를 성공시키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세부 업무 중에서 내가 재밌고 잘할 수 있는 일이 개발이라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꼭 나를 다른 개발자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다른 개발자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내가 모르는 것을 할 줄 안다고 조급함을 느낄 이유는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은 IT 서비스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물론 개발자이기 때문에 개발 자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언제든 다른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기술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메인에 대한 이해, 문제 해결 능력 등 IT 서비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종합적인 능력을 키우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내게는 더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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