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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 개발자 May 07. 2024

같이 일하고 싶은 직장인 되기

직장인 가치 평가법

진로 상담시 직업의 내재적 요소와 외재적 요소로 나눠 가치 평가를 하곤 하는데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도 동일하게 접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제품에서 정의하는 내외적 가치는 진로 영역과 차이가 있다.


제품에서 내재적 가치는 제품 본래 목적과 관련있다. 옷은 추위나 더위를 막고, 자동차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하고, 의자는 앉을 때 편한게 제품의 본래 목적이다. 본래 목적을 충실히 구현한 제품은 실용적 가치가 높고 구매자를 편하게 해준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제품 대부분은 내적 가치가 높은 제품들이다.


외재적 가치는 제품 본래의 목적과는 무관하지만 정신적 만족감을 준다. 심미적 만족감이나 제품을 과시함으로서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가 대표적인 외재적 가치에 해당한다. 이쁜 옷이나 멋진 자동차는 외재적 가치를 갖고 있는 제품이다. 일반 제품에선 디자인이나 브랜드 회사의 이미지가 외재적 가치를 결정하며 이런 요소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건 아니지만 즐겁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재적 가치가 없는 제품은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외관이 이뻐도 사용하기 불편하면 예쁜 쓰레기로 전락해 구매자에게 외면 받는다. 시장에서 살아남은 대부분의 제품은 내재적 가치는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간다. 반면 외재적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은 종종 볼 수 있다. 그래픽 카드의 멋진 외관에 감동을 받기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문제없이 작동만 잘한다면 외관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는다. 메모리 카드나, 스토리지 장치도 마찬가지다. 이런 제품들은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이 사용유무를 결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품에서 외재적인 면은 중요한 요소다. 컨텐츠가 중요할 것 같은 책도 표지가 중요하고 컵, 쟁반, 포크, 소파, 식탁 같은 생활 도구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말할 것도 없다. 가방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가죽 제품이어도 어떤 브랜드 마크를 달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격은 크게 수백만원 차이가 난다. 심지어 단순한 폰 그립도 제작자에 따라서 15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원가에 몇십배가 넘는 판매가를 책정할 수 있는 이유는 제품에 강력한 외재적 가치인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스마이너스에서 만든 폰 그립. 발매가는 이만 오천원이었는데 지금은 15만원에 거래된다


감성은 높은 마진을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모든 회사들은 제품에 특유의 감성을 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감성을 불어넣는 일은 쉽지 않다. 일단 투자한다고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광고와 디자인에 큰 돈을 투자해서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몇 달만에 샤넬과 롤렉스가 될 수는 없다. 감성에는 스토리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매번 애플을 넘으려고 고군분투하지만 여전히 10대 대다수는 아이폰을 선호한다. 쏠림 현상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이폰에는 스티브 잡스부터 이어져온 혁신 스토리와 애플만이 갖고 있는 트렌디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성은 돈주고 만들수 없다.


그리고 감성은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게임, 아이돌, 드라마 같은 엔터 산업은 감성과 관련있는 영역인데 이쪽 분야 종사자들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큰 돈을 들여 투자했는데 쪽박을 치는 경우가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BTS 를 만든 방시혁도 엔터 산업의 불안정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를 상장시키면서 여러개의 레이블을 자회사로 두어 리스크를 분산시키려고 했다.




회사 입장에서 직원을 하나의 제품중 하나라고 본다면 직장인도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가치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치고 변호사는 사건에서 승소하는게 내재적 가치라면 개발자의 내재적 가치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을 문제 없이 효율적으로 만들고 장애가 발생했을때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가 개발자의 내재적 가치를 결정한다. 


반면 직장인의 외재적 가치는 회사에 소속된 개인이 조직내에서 미치는 영향과 관련 있다. 본래 임무는 아니더라도 같은 구성원을 동기부여 할 수 있거나 같이 즐겁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외재적 가치에선 훌륭하다. 반대로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분란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마이너스인 요소다.


제품에 감성을 불어 넣는 일은 한없이 어려워 보이는데 직장인으로서 외재적 가치를 올리는 건 그렇게 어렵게만 보이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면 대충 감이 온다. 누구나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타인의 기분에 맞춰줄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 반면 기분이 태도가 돼서 본인의 감정에 따라 팀분위기를 좌우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미루어 봤을때 나 자신의 외재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순 명료 해진다. 여기에 재밌는 농담까지 더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최고일거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능력한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다면 가급적 대화하기 편하고 즐거운 사람과 일하고 싶은게 사람 심리다. 이쁜 디자인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처럼 좋은 인품을 갖고 언제나 같이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게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또하나의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앞으론 술못먹는다고 뚱한 표정 짓지 말고 회식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혼자 있고 싶다고 매번 홀로 밥먹지 말고 팀원들이랑 대화도 나눠보자. 모니터만 보지 말고 옆에 직원들과 얘기도 나누고 시시콜콜한 농담도 나눠보자.


아, 모두 나한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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