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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 Sep 12. 2022

린스타트업과 피봇

완벽한 계획의 덧없음

완벽한 것은 멋지다. 완벽한 비율의 얼굴, 완벽하게 촬영된 용골자리 성운(제임스웹 만세).


완벽한 것은 눈썹만 한 오류조차도 불허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광학망원경이었던  허블 우주망원경은 머리카락 한올만큼의 공차로 인해 초점이 맞지 않아 여러 번 수리를 받았다.

약 30년 뒤에 쏘아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그때를 교훈 삼아 반사판을 '완벽하지 않게' 여러 면으로 갈랐다.

여러 면으로 갈라둔 반사판은 일체형 반사판보다 제조 난이도도 낮고, 문제가 생겼을 때 수정도 경제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대부분 성공한다.

심지어 한 살짜리 조카와 성공적인 식사를 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식사 자리가 얼마나 조용한지, 따로 식사할 수 있는 방은 있는지, 아기 의자가 있는지, 식사 자리까지 오는 경로는 편안한지, 날씨는 화창한지, 조카의 기분은 좋은지.. T/F로만 나누어도 성공률은 1/64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적으로 1~6까지의 정보를 알고 있다.

즉, 사실로 확인한 정보를 기반으로 계획을 세운다.

또한 정보 중 일부가 참이 아니라면 계획을 수정한다.

즉, 참이 아닌 정보는 기각하여 계획을 수정한다.

우리는 일상적 계획의 성패를 가르는 다양한 요인을 미리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하며 계획을 성공시킨다.


사업 모델과 제품 개발도 마찬가지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폭포수 모델'로 대표되는 완벽한 계획은 우리의 goal을 완벽하게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간단하게 계획을 만들고, 검증하며, 유연하게 수정해나가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폭포수 모델

가령, 전통적인 폭포수 모델로 아기 장난감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앞에서 조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창업자는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로 창업 계획을 세운다. 작은 사무실을 계약하고, 직원을 채용하여 제품을 개발하며, 인근 공장과 계약을 체결하여 대량생산을 준비한다.

다양한 연줄을 동원하여 대형 마트 입점 계약을 노리기도 한다.

간혹 불안해지면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살래 말래'라는 식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며, 주변인들은 당연히 응원하고, 창업자는 안심한 채로 다시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만 존재할 뿐 고객 탐구와 비즈니스 검증은 없다. 이미 계획된 대로 개발과 양산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계획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task는 비가역적이며, 수정의 여지도 없다. 실체를 만들어 검증한 바가 없어 사업 모델의 검증 또한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까지도 미뤄진다. 그만큼 창업자의 자본은 고갈되어가며, 이는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시시각각 낮춘다.


린 모델

린 모델에서는, 먼저 MVP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한다.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발명가라면, 미리 만들어진 가위, 칼, 손톱깎이 등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용하라고 제공한 후, 그 사용률과 호응을 보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 / 자주 사용하는지 / '구매하려고 하는지' 등의 indictor을 설정하여 제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이것을 MVP라 부르며, 여기서 설정한 indictor을 KPI라 한다.

(위 사례는 구체적으로, 컨시어지 MVP라 한다.)


검증을 기본으로 하는 task는 자연히 가역적으로 수립된다. 만약 일부 정보가 틀렸다면?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수정하면 된다. 검증이 빨랐기 때문에 수정도 간편하다. 일종의 격벽을 만들어 해당 구성요소만 조정되는 것이다.


만약 나름대로 세워둔 기준만큼의 반응이 없다면, 사업을 구성하는 요인을 개별적으로 혹은 전부를 변경하여 전략을 수정한다. 이것을 피봇이라 하며, 개별 요인들의 총합을 비즈니스 모델이라 한다. (협의적으로, 수익 모델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으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간혹 아이템 전체의 변경 만을 피봇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즈니스 모델은 개별 요인들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을 바꿔도 비즈니스 모델 전체가 바뀐다. 결국 아이템 전체의 변경만을 피봇이라고 부르는 것은 창업자의 잠재력을 억제하는 것이며, 실행을 통해 학습된 바를 버리는 것과 같다.

제록스의 대형 복사기에 대항한 캐논의 개인용 소형 복사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항한 닌텐도의 닌텐도 위는 피봇을 통해 비즈니스의 양상 전체를 바꾼 훌륭한 사례다.


얼마 전에 쓴 프로덕트 매니저의 생각의 기초와 내용이 상당히 유사하다.

그만큼 PM&PO가 하는 일이 창업자의 일과 유사하기 때문이며, 이는 내가 제품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재무&회계에 관련된 공부도 필요하다고 팀원들에게 꾸준히 추천하는 이유기도 하다.


한 번에 끝내려 했지만, 설명이 부실한 비즈니스 모델 & 피봇 등 일부 내용은 다음번에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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