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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 Jul 30. 2023

환멸

인간에게 동물의 백색증은 특별하다. 백호와 흰사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로운 생물로 생각됐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과는 무관하게 백색증은 선천적 장애다. 백색증을 가진 인간은 그 빨간 눈에 태양빛이 너무나 치명적인 나머지 선글라스를 끼고 살아야 한다. 백호와 흰사자는 무리에서 따돌림당한다.
생명체는 자신과 다른 모습을 가진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을 본능적으로 힘들어한다.


이것을 교육과 지성으로 극복하는 모습이야 말로 인간의 숭고함이 아닐까 착각한 적이 있었다.

백인들에게 위협받는 흑인 학생들을 또 다른 백인들이 총을 들고 호위하는 사진이 감동적이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놀라웠다. '내 이름은 샘'에 감동하던 사람들에 뿌듯했었다.


모 작가의 사건으로 사회가 너무나 뜨겁다. 제대로 보지 않았으니 사건 자체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 화살이 이제는 장애를 가진 사람 전반에게 향한다.


장애인은 부모가 살아있을 때까지 집안에 격리하고 부모가 죽으면 어떻게 '처분'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댓글을 보았다.

10살도 안된 장애 아동의 행동을 낱낱이 전시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아나운서를 보았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며 '본능에 충실하다'라는 헤드라인을 신이 나서 쓰는 기자를 보았다.


얼마나 혐오스러웠을까 싶다. 몇 년 전, 지하철 휴지통에 소변을 보는 장애인을 보며 가능한 한 내 근처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 또한 생각했다.

얼마나 속 시원할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보기 싫었던 사람들, 이번 기회에 마음껏 모욕하고 마음껏 멸시할 수 있으니 사이다 원샷한 기분에 즐거울 것이다.


나도 혐오스럽다. 제도권 교육까지 다 받았다는 인간들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게 혐오스럽다.

알량한 언론고시 한번 봤다고 식자인 척 떠들어대던 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휘갈겨 대는 모습이 혐오스럽다.


며칠간 우울했다. 인간이 환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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