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Get Set, Go!
비행기에 앉아,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보며 6시간을 달래 볼까' 하던 중,
출발이 40분 지연된다는 방송에 한숨을 푹-
방콕에 도착하면 예약해 둔 택시가 기다려줄까 걱정돼 담당자에게 급히 연락을 남겼다.
다행히 큰 지연은 없었고, 새벽 1시 무렵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방콕은 6년 전, 친구와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땐 여행에 ㅇ도 몰랐던 애라
친구가 짠 일정대로 군말 없이 따라다니기만 했다.
그래서 추억은 남았지만, 정작 방콕을 내 여행으로 기억하진 못했다.
까먹었다기보다 애초에 내 여행으로 새겨놓지 못한 채 지나간 느낌이었다.
동남아를 혼자서도 잘 다니던 내가,
이상하게도 방콕을 다시 마주하는 건 조금 두려웠다.
시골에서만 살던 사람이 서울에 상경할 때 느낄 법한 낯섦과 긴장감이랄까.
사실 이번 여행에서 방콕을 넣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두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해보고 싶어서 여정을 넣었다.
(그리고 슬리핑 기차도 한몫했다.)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는 마치 처음 온 나라에 발을 디딘 사람처럼,
짐을 몸에 바짝 붙이고 경계하며 움직였다.
큰 공황도, 인파 속을 헤매는 것도 오랜만이라 긴장은 배가 되었다.
졸음과 무거운 짐까지 더해져,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더 힘겹게 느껴졌다.
예약한 택시 기사님을 만나 호텔로 향했고,
새벽 2시 34분에야 도착했다.
'방콕에서의 이틀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지친 몸은 결국 침대 위에 김밥에 참기름 바르듯 스르르 굴러들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문자 P는 계획이라는 게 없다. 잠이 더 중요해. 음, 당연.
푹 자고 일어나, 준비를 마친 뒤,
오랜만에 만난 방콕에 인사하듯 신나는 발걸음으로 나섰다.
흐릿하게만 남아 있던 기억을 꺼내놓듯, 방콕은 선명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아, 이제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첫인상을 남겼다.
첫 끼로는 역시 팁싸마이의 팟타이.
달콤한 오렌지 주스로, 여행의 출발을 제대로 느꼈다.
이제 어디로 갈까?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가고 싶은 곳을 미리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다.
도착해서는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고, 꼭 가고 싶은 곳은 다른 색으로 표시해 두고 놓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렇게 눈여겨둔 곳 중 하나, '홍씨앙콩' 카페로 향했다.
너무 더웠지만, 에어컨을 포기하고 대신 햇빛을 선택했다.
동남아에서 더위를 마주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지.
땀이 흐르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이 더위를 대신해 줄 거라 믿었다.
여행지에서는 한국에서 듣지 않던 음악을 일부러 찾는다.
이번에는 '풍향고 - 베트남 하노이 편 2화'에서 나왔던 LUCY-Ready, Get Set, Go! 를 골랐다.
카페 한쪽 자리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이런 거구나. 행복이라는 건 바로 이런 거구나.'
행복에 정답이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스스로 행복을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