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첫사랑이 있듯이.

잘 있어라, 방콕아(1)

by 민희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비우고,

내일이면 방콕을 떠나야 하기에 서둘러 일어섰다.


무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방콕의 유명한 아이콘시암을 가보기로 했다.

구글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배를 타고 건너가는 거였다.

'엥 이게 뭐야...?'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다들 배를 탄다고 한다.

나 새로운 거 좋아하는데 배 타는 곳은 어디? 티켓은 어떻게 사? 내려서 어디로 가?

라는 질문을 던지니 혼자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혼자 여행을 꽤 많이 다녔는데도 아직도 여행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뭐, 그래서 더 재밌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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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행복이 200원..?

어찌어찌 구글지도를 따라가니 아주 작은 선착장이 있었다.

단돈 5바트면 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돈을 내고 기다리는 곳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배인지 요트인지 하는 수상택시가 다가왔다.

새로운 경험에 웃음을 터뜨리며 수상택시에 올라탔다.

고작 3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200원으로 난 또 하나의 추억을 산 셈이었다.

수상택시 위에서 여름 바람에 흩날리는 내 머리칼은 마치 드라마 속 여주인공 같았다(머리카락만).

혼자 또 로코 한 편 찍었다. (극 NNNN인 나는 심심할 틈은 없다)


아이콘시암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기념품을 살까 했지만, 벌써부터 짐이 불어날 걸 생각하니

한 달 뒤, 한국 돌아갈 때 추가 요금이 걱정돼 참았다.

아이콘시암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니 슬슬 호텔로 돌아가 쉬고 싶어졌다.

돌아가는 길은 멀었지만, 내일이면 방콕을 떠난다는 생각에 이 순간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호텔에 도착해 푹 쉬다가 저녁 여섯 시쯤 일어나 쩟페어 야시장으로 향했다.

예전에 친구와 방콕에 왔을 때 먹었던 '홀리 쉬림프'를 무척 좋아했는데, 어느새 폐업을 해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비슷한 해산물 요리를 찾아보니, 다행히 여기저기에서 팔고 있었다.


혼자 먹기엔 조금 민망한 메뉴라 가장 작은 해산물을 포장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30밧짜리 슬러시 콜라를 하나 들고 호텔로 향했다.

KakaoTalk_20250920_205832996.jpg 먹고 싶다.. 해산물 다 먹고 밥 비벼 먹는 것까지.

생각보다 야시장에서 호텔까지의 길은 멀었다.

양손이 무겁다 보니 그랩 바이크를 불러 타고, 포장해 온 해산물은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센스 있는 그랩 기사님은 앞자리에 놔주시는데..... 별 수 없었다.

해산물 요리의 열기가 고스란히 무릎에 전해져,

해산물과 함께 무릎도 익어가는 기분이었지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좋아하는 영상을 켜고, 누구보다 맛있게 먹었다.


내일이면 이 저녁을 보내기도 전에 방콕을 떠나야 한다.

오늘이 방콕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아휴, 잘 있어라 방콕아. 내일 제대로 인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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