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첫사랑이 있듯이.

잘 있어라, 방콕아(2)

by 민희

방콕에서의 마지막 날!

이라고 말하기엔 고작 이틀 동안 있었지만 :)

그래도 내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어주고, 용기를 심어준 방콕에게 고마운 게 참 많다.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오늘은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하게 보내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나에게 잠잠하고 여유로운 하루를 주고 싶었다.


치앙마이로 향하는 기차는 18시 40분.

대략 17시까지는 시간이 널널했다.

짐 정리를 마치고 12시쯤 Terminal 21 Asok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어야지, 하고는 몇 번이나 음식점 앞을 서성이다가

한국을 떠난 지 고작 사흘이지만 벌써 자극적인 음식이 그리워 라멘을 선택했다.

이치란 라멘 & 갈릭 라이스 세트를 주문해 맛있는 점심을 마치고,

지하로 내려가 커피 한 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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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었던 갈릭 라이스 & 정말 맛있었던 아이스아메리카노 그리고 귀여운 커피콩 쿠키 :)

방콕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줄이 길게 늘어선 도넛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딱히 도넛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 안 먹으면 언제 먹어보겠어?' 싶은 마음에

오리지널 도넛 하나를 사서 가방에 넣어두었다.

언젠가 배가 고파질 미래의 내가 꺼내 먹겠지.


모든 층의 스토어를 천천히 둘러본 뒤, 1층 마켓에서 반지 하나를 샀다.

이유는 딱 하나 '이번 여행 잘 부탁해' 하는 기특한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이미 체크아웃을 마쳐 방에서는 쉴 수 없었기에,

'기차역은 처음이니까 조금 빨리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랩을 불렀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도착하셨고, 트렁크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데

나에게 뭐라 뭐라 태국어로 말씀하신다.

‘제가 알아들었으면 태국에 살았겠죠, 기사님…’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호텔 도어맨 분이 오셔서 대신 도와주셨다.

결국 기사님은 “손으로 직접 열면 된다”는 말을 하셨던 것 같았다.

도어맨 분이 도와주시자, 기사님은 허허 웃으며 내려와

두 분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다.

괜히 혼난 것 같아 긴장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기분이 뚱—한 채로 기차역으로 향했고,

‘도착해서 또 뭐라 하시면 팁 안 드려야지’ 하는 속 좁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도착하자 기사님은 허리 복대를 찬 채

조심스럽게 트렁크를 열어 짐을 꺼내주셨다.

인자한 미소를 짓는 그 얼굴에 얼음처럼 굳어 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결국 팁을 드리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코쿤막카-


부모님이 늘 말씀하셨다.

“마지막은 좋은 인상을 남겨라.”

그래서 나도,

방콕에게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이제, 정말 치앙마이로 향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웅장했던 방콕 기차역.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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