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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니
Aug 04. 2020
엄마의 장날
2억 원 보다 값진 2만 원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엄마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엄마, 오늘 좋은 일 있었나 봐?”
엄마는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낮에 밭에서 채소를 따다가 시장에서 2천 원씩 팔았어. 2만 원이나 벌었지 뭐야.”
엄마와 새아빠는 수익을 나누며 조촐한 저녁 파티를 하고 있었단다. 몸이 아프고 난 후 엄마가 직접 얻어낸 수익은 자그마치 6년 만일 것이다. 그래서 2만 원을 벌었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더욱이 놀라웠고 대단했다. 엄마는 몸이 아프다고 가만히 있는 걸 싫어했다.
깻잎, 고추, 대파, 가지, 오이 등 텃밭에서 잔뜩 따오고 남은 것을 혼자 다 먹을 수 없으니 장날에 판매를 시도했던 것이었다.
“‘무농약 채소 사세요. 많이 드려요.’를 계속 웼더니 한두 명씩 몰려들더라고.”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새아빠가 자부심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농산물이 좋으니까 딱 보면 아는 거지. 중국산하고 비교도 못 하지.”
뜨거운 태양 아래서 텃밭을 가꾸느라 고생한 새아빠와 더운 날 채소를 지고 시장에 나가 판매를 시도한 엄마의 합작이었다.
“2만 원이 얼마나 값진지 몰라.”
둘은 맥주와 막걸리에 소고기를 안주 삼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이내 엄마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엄마만 좋은 걸 먹어서 우야노. 우리 딸내미 줘야 하는데.”
가끔 대구에 내려가면 엄마는 내게 상추를 5개를 얹은 쌈을 싸주곤 했다. 건강한 채소를 듬뿍 주고 싶은 마음이 쌈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걱정 마. 난 건강한 거 많이 먹고 잘 지내고 있어. 엄마가 즐거운 걸 보니 내가 더 좋아지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웃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 두 부부의 이야기가 자꾸만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함을 찾아 살아가는 것 같아서 더없이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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