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는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가장 소중하고 좋은 것들을 갈색 상자에 넣어두었다. 물건이 배달되고 겉만 남은 허름한 박스였다. 그 안에는 어른들에게 받은 용돈을 봉투에 넣어 보관하기도 하고, 새로 산 색연필, 색종이, 스케치북, 노트 등 어린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값비싼 것들을 담아두었다. 그것이 꽤 많이 쌓여 상자 안이 가득 찼다.
나만의 보물상자를 혹여나 가족들이 열어 볼까 봐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두었다. 특별히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때때로 그 상자 안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우리 집에 잠깐 외할머니가 지내게 되었다. 학교를 다녀와서 할머니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가방과 옷을 벗었다. 그런데 모퉁이에 두었던 박스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저기 구석에 있던 박스 어디 갔어?!"
"무슨 박스? 할미는 본 적이 없는디."
나는 버린 것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큰방, 작은방, 피아노방 문을 차례로 열며 나의 상자를 찾아보았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나의 보물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황당했고 그다음으로 슬펐다가 갑자기 화가 났다. 원래 있던 자리를 가리키며 고함쳤다.
"저기 구석에 박스 있었는데 본 적 없어? 저기 구석에 박스가 있었단 말이야!"
말을 하면서 결국 눈물이 새어 나왔다. 나는 엉엉 울면서 말했다.
"분명히 내 박스가 저기에 있었단 말이야아!!!"
할머니는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아이고 야야, 무슨 박스가 있었단 말이고."
할머니와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이불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제발 어디에 두었는데 잊어버린 거라고 해주길 바랐다.
잠시 후 밖에 나갔던 엄마가 집에 들어왔다. 할머니께 상황을 전해 듣고 엄마도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할머니가 집을 청소한다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많이 내다 버렸다. 그때 나의 허름한 박스를 쓰레기인 줄 알고 함께 버렸던 것이다. 엄마는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인아, 박스 안에 뭐가 들었길래 그러냐. 엄마가 새로 사줄게."
"그건 새로 살 수 없단 말이야! 그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인지 엄마는 모르잖아!"
"할머니는 왜 그 안에 있는 걸 확인도 하지 않고 버리냔 말이야."
나는 목이 쉴 때까지 큰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황급하게 쓰레기 버리는 곳에 달려 나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며칠 동안 나는 할머니와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긴 보물들을 쓰레기로 버려버린 사람을 쉽게 용서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어떤 물건도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물건은 언젠가 해지고 닳고 버려진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나의 물건은 버려졌지만, 물건을 모으던 마음.
그 의미는 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서서히 회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