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 Nov 29. 2023

사랑하기 때문에

여행 중 찾은 가족의 의미

스위스 열차 안에서 친구가 말했다.

"나는 어른이 되고 나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응원해 주고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은 혈연가족뿐인 것 같아. 그래서 요즘따라 가정을 꾸리고 싶고 부모님께 잘해드리고 싶어."


공감한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입을 열었다.

"나는 혈연가족만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가족을 정의할 수 있다면 지금 새로운 가족이 있는 것 같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2명 더 있고 그들을 가족이라 생각해."


친구는 매우 흥미롭다는 듯 나를 쳐다봤고 질문했다.

"사회에서의 관계는 다 조건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둘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글쎄.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들이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고 힘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들을 돕고 싶어.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해 줄 수 있고, 그들뿐 아니라 그들과 관계 맺는 의미 있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야. 그 둘은 내게 '우리 평생 함께하자.'는 말을 했었는데 그걸 떠올리면 그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너무 신기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놀라워. 난 사회적 관계는 유효기한이 있다고 생각했어. 결국 다들 가정을 이루면서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현재의 내 마음상태로는 앞으로 가정을 이뤄도 그들은 또 다른 가족이라 생각할 것 같아."


계속되는 친구의 질문에 나도 생각에 잠겼다.

'나는 왜 이 두 사람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는 그들을 인간적으로 사랑하게 되고 믿을 수 있게 된 출처를 찾아보았다. 어렴풋이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나의 모난 모습까지 보듬고 이해해 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곁에 있어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경험에서 몸소 증명해 주었달까. 한없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대화로 친구도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스위스 산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말했다.

"이런 곳을 보고 있으면 부모님이 떠올라. 유럽을 선물하고 싶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여행 오고, 친구 부모님도 여행을 보내주고 싶어."


친구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우린 박장대소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며칠 전 나의 가족 같은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혼자 떠난 대만 여행에서 천등을 올리는 사진과 영상이었다. 네 칸 밖에 없는 천등의 한 면에 뚜렷이 "인희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문구가 써져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는 너의 행복이야.'


우린 서로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만으로 코끝이 찡해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 영어에게 건네는 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