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FOMO 치료제

나심 니콜라스 탈렙 <행운에 속지 마라> 서평

by 최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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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렙은 계량 트레이더인데, 일찍이 확률적 트레이딩 기법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얻어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책의 요지는 우리 인간이 운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탈렙은 책에서 큰 부를 이루거나 투자에 성공한 트레이더들을 운 좋은 원숭이 취급하며 신랄하게 조롱하고 까내린다. 그밖에 온갖 철학자, 전문직, 언론인들도 비합리적인 판단을 많이 저지른다며 누더기가 되도록 공격한다. 탈렙은 자기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운의 속성과 스스로의 인간적 한계를 알고 있는 정도만 더 똑똑한 덕분에 비합리적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탈렙에게 공격당한 사람들도 나름 서평을 통해 반박을 했겠지만, 탈렙은 그 서평을 읽지 않는 것으로 응수한다(...). 부정적인 서평을 읽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메타인지가 극에 달한 사람이 어떤 사고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여튼 출판사 편집자의 요청도 모조리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써 내려갔다는 이 책은 흔한 독서광답지 않게 점잔 빼는 모습 하나 없이 거침없고 재미있게 쓰여있다. 이 책은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운과 확률, 편향에 대한 관점을 날카로운 통찰로 정리해 줬다. 무엇보다 확률이라는 숫자 이면에 우리가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안룰렛

image.png 오징어게임 2 러시안룰렛


탈렙은 1/6 확률로 사망할 수 있는 대신 1,000만 달러를 벌 수 있는 러시안룰렛 게임을 예로 든다. 1,000명의 사람이 이 러시안룰렛에 참여하면 횟수가 반복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나중에는 극소수의 승자들만이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된다. 탈렙은 당신의 주변 사람들이 이 승자들을 롤모델로 삼는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다. 가족이 1,000만 달러를 벌어보겠다며 자기 머리통에 총구를 겨누고 있다면?


우리는 주변에서 소위 대박이 난 사람들을 마주한다. 레버리지 투자나 사업 등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고 큰 부를 거머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의 운을 능력으로 포장하고, 우리는 그걸 순진하게 믿어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사실은 자기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섬뜩하게 흘러간다. 당장 자기 세대에는 총알이 발사되지 않을지 몰라도, 부모의 운을 실력으로 착각한 그 자식 세대 언젠가는 똑같이 러시안룰렛을 반복하다 총알이 발사되어 즉사할 것이다. 요컨대 고위험 투자나 사업은 당장의 인생을 바꾸고 말고 하는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젠가 거의 확실히 당신 아랫세대의 머리통을 터뜨려버릴 권총게임을 물려주는 것과 같다. 당신의 성공과 아무 관계없이 결국 집안을 몰살시키는 사고방식이라는 말이다.


탈레브는 아래와 같은 감상(?)을 남긴다.

러시안룰렛으로 베팅하여 번 1,000만 달러와 치과를 열심히 운영해서 번 1,000만 달러는 가치가 다르다. 룰렛으로 번 돈이 운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둘 다 구매력 면에서는 똑같은 돈이다. 회계사가 보기에도 똑같고, 이웃이 보기에도 똑같은 돈이다. 그래도 나는 두 돈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탈레브는 정량적으로는 동일한 두 1,000만 달러가 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결국 돈을 버는 수단과 사고방식이 돈의 주인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장기적인 결과에 큰 차이를 남긴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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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은 보험금 미지급이라는 러시안룰렛을 반복하다가 결국 총에 맞아 죽었다. 그가 벌었던 돈의 질이 너무나 나빴던 탓이다. 모든 인간을 불발탄 취급한 소시오패스식 사고방식의 말로다.



요즘은 너도나도 투자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소외불안증후군(Fear Of Missing Out, FOMO)의 시대다. 이 책을 읽고 운과 편향의 속성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이 FOMO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고, FOMO를 자극해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소음도 가려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준다.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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