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이 찾아간 짜장면 맛집

‘오형제 손짜장’ 의정부 본점 & 파주 문산 ‘은하장’

by 최연신

내가 짜장면을 처음 맛본 것은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예닐곱쯤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머니 손을 잡고 처음으로 중국집을 찾아갔던 날, 짙은 기름 냄새와 함께 퍼지는 낯선 향신료의 기운, 시선을 압도하는 붉은 기둥과 금빛의 실내장식. 마치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듯한 기분이었다.

무겁고 반들반들한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넋을 놓고 생경한 중국집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이, 눈앞에 새까만 윤기가 흐르는 짜장면 한 그릇이 놓였다. 처음 맡아보는 구수하고도 달큼한 냄새에 코를 바짝 대어본 후 조심스레 젓가락으로 면발을 휘감아 한 입 먹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한 번도 맛본 적 없던 새로운 맛, 문화 충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혀끝에서 미끄러지듯 넘어가던 쫄깃한 면발의 식감, 입안 가득 퍼지는 짜장 소스의 농후한 풍미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짜장면은 내게 특별한 날에만 즐길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짜장면을 원 없이 먹고 싶었던 어린 시절엔 ‘나중에 커서 짜장면집 사장과 결혼을 하겠노라.’ 다부진 꿈까지 꾸었을 만큼 짜장면이 귀하게 느껴졌던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언제든 쉽게 맛볼 수 있는, 너무도 익숙한 음식이 되었다.

짜장면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이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대표적인 외식 메뉴임이 틀림없다.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 점심부터, 직장인의 점심 한 끼, 배달 문화의 중심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더해 최근엔 이 친숙한 음식이 ‘블랙데이’라는 특별한 날과 연결되면서 색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매년 4월 14일, 2월의 밸런타인데이와 3월의 화이트데이 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고받지 못한 친구들이 모여 짜장면을 함께 먹으며, 마음속 허전함을 유쾌함으로 달래는 블랙데이는, 이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달에는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대중성과 그 속에 숨은 특별함을 찾아가 봤다.


① ‘오형제 손짜장’ 의정부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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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미식을 즐기고 맛을 잘 안다는, 이른바 ‘맛잘알’은 짜장면이 비슷해 보여도 만드는 이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기에 각각의 가게가 내는 맛이 전부 다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식가도 아니고 ‘맛잘알’도 아닌 나로서는 짜장면 맛이 거기서 거기지,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를까? 의심부터 했다. 적어도 ‘오형제 손짜장’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소문으로만 듣던 ‘오형제 손짜장’ 의정부 본점을 찾았다. 의정부시 시민로 348에 자리한 이곳은 대중교통보다 택시나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강렬한 붉은색과 금색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내는 넓고 깔끔했다. 홀 안에는 소문난 맛집답게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히 가족 단위 손님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번호표를 받고 잠시 기다린 끝에 우리 가족도 한자리를 차지해 앉을 수 있었다. 모든 테이블에는 주문을 위한 키오스크 태블릿이 설치돼 있었는데, 고령층이나 시각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도 함께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카운터나 직원을 통해 직접 주문할 수는 있다.

우리 세 가족은 손짜장, 손삼선간짜장, 손해물짬뽕을 각각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실내를 둘러보았다. 벽면 곳곳에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사진과 이곳을 다녀간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그들이 남긴 한마디 평을 읽으며, 이곳의 명성을 실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내 시선은 오픈형 주방으로 향했다. 다섯 명의 조리사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커다란 웍을 흔들고, 뜨거운 불길 위에서 면을 삶고, 신속하게 재료를 볶아내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공연처럼 다가왔다. 특히, 수타면을 뽑아내는 장면에 감탄하며, 주방장의 손끝에서 반죽이 점점 가늘어져 수십 가닥의 면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았다.

그러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우리 가족은 각자 주문한 음식을 조금씩 나누며 맛을 음미했다. 손짜장과 손해물짬뽕의 맛도 제법 훌륭했지만, 세 가족의 입맛을 사로잡은 최고의 메뉴는 단연 손삼선간짜장이었다.

기계면과 달리 굵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는 수타면, 깊고 진한 풍미와 부드럽게 단맛이 감도는 걸쭉한 소스. 그 맛은 어릴 적 처음 맛보았던 짜장면 특유의 구수하고 진득한 감칠맛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과 양파의 은은한 단맛, 그리고 혀끝을 감싸는 춘장의 짭조름한 감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듬뿍 들어간 해물과 양배추는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를 더하며, 마지막까지도 젓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의정부의 숨은 보석 같은 맛집, ‘오형제 손짜장’ 본점은 단순한 중국집이 아니었다. 다섯 형제가 한마음으로 운영하는 이곳은, 정성과 손맛이 깃든 요리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다. 오랜 세월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통의 깊은 맛을 지켜온 ‘오형제 손짜장’은 의정부 본점을 중심으로 별내, 다산신도시, 하남, 김포, 강동구 등 여러 지역으로 그 명성을 넓혀가며 정통 손짜장의 진수를 전하고 있다.


-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시민로 348

- 운영시간: 매일 10:30~21:00(연중무휴)

- 문의: 031-848-3303


② 파주 문산 ‘은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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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중국집 중에서도 진정한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라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파주 문산의 ‘은하장’도 그중 하나이다. ‘이 집 유니짜장은 꼭 먹어봐야 한다.’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에, 그 명성을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은하장은 파주시 문산읍 문향로 78, 뮤직갤러리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지도 앱을 보고 찾아갔지만,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문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다.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한산할 거라 예상했지만, 웬걸. 2층 입구에서 시작된 줄이 계단을 따라 1층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입장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유리문에 빼곡히 붙어 있는 ‘블루 리본 맛집’ 인증서가 눈에 들어왔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 연속 선정된 걸 보면서, 이곳이 단순한 중국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은하장은 1963년, 화교 출신 창업주 우수금 씨가 문을 열며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그의 아들이 조선호텔 중식당에서 요리사로 경력을 쌓으며 가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화교 사회에서도 요리보다는 다른 직업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자연스럽게 후계자 문제에 직면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3대 주인장 우술인이다. 광고 및 뮤직비디오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그는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인해 가게에 돌아와 가업을 이어받았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방을 맡으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은하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참을성이 요구된다. 입장을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음식이 나올 때까지 꽤 오랫동안 인내해야 했다. 중국집의 생명은 ‘스피드’라는 말이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 듯했다. 괜스레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먹는 모습을 흘깃거리며 군침을 흘리는 사이, 드디어 주문한 유니짜장이 나왔다.

짜장면 하면 큼직한 돼지고기와 채 썬 양파가 떠오르지만, 은하장의 유니짜장은 돼지고기와 청양고추, 양파 등 재료를 곱게 다져 끓였다. 일일이 칼로 다져서 칼맛이 살아 있었고, 소스는 깊고 꾸덕꾸덕한 질감을 자랑했다. 꾸덕함이 어찌나 강한지 면발을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자극적이지 않은 소스의 맛이 혀를 감싸며 깊은 풍미를 남겼다.

면은 쫄깃함이 부족해 뚝뚝 끊어지는 질감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요즘엔 배달해도 붇지 않도록 많은 중국집에서 면 개량제를 넣지만, 은하장에서는 일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옛날식대로 하길 바라는 선친의 뜻을 따라 배달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그런 이유 덕분인지 면과 소스가 조화를 이루며, 한입 한입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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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주문한 고기튀김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보통의 탕수육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스를 부어 먹는 것이 아니라 간이 충분히 배어 있는 고기 튀김을 빠삭하게 튀겨냈다. 기본적으로 소금에 찍어 먹지만, 간장과 고춧가루를 섞어 곁들이면 또 다른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은하장에는 특별한 메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하루 20그릇만 한정 판매하는 짬뽕이다. 홍합 육수를 베이스로 한 국물은 깊고 진한 감칠맛을 자랑하며, 청양고추가 더해져 칼칼한 뒷맛이 일품이라는 평을 받는 메뉴다. 단순히 얼큰한 맛이 아니라, 국물 한 모금에도 조화로운 풍미가 살아있어 늦게 도착하면 동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날 나는 아쉽게도 20그릇 안에 들지 못해 짬뽕을 영접하지 못했다.

은하장은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정직한 맛을 지켜온 곳. 빠르게 변하는 외식업계 속에서도 ‘배달하지 않는다’라는 철학을 고수하며, 손님들에게 최고의 상태로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란다. 최근에는 ‘더 맛있는 녀석들’ 502회에 소개되었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과 ‘생방송 오늘 저녁’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며 명성을 더욱 높였다.

은하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몇 가지 팁을 참고하면 좋다. 첫째, 점심시간을 피하더라도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으니 여유 있게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재료 소진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늦어도 1시 전 도착을 권하고 싶다. 둘째, 주차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하루 20그릇 한정 짬뽕을 맛보고 싶다면 일찍 방문해야 한다.


-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향로 78

- 운영시간: 매일 11:00~19:00 (재료 소진 시까지/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문의: 031-952-4121


�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5년 4월호 (통권 제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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