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그 청량함 때문일까요. 시월의 바람 속에는 박하 향이 스며 있는 듯합니다. 선득한 바람이 스칠 때마다 막혀 있던 가슴이 트이는 듯하면서도 문득 울컥해집니다. 설명할 길 없는 감정이었지만, 그 청량함이 마음 한쪽을 비워내는 듯한 쓸쓸함을 남기곤 합니다.
계절의 바람은 언제나 변화를 데리고 옵니다. 봄바람이 새로움과 설렘을 안겨준다면, 가을바람은 끝맺음과 이별을 예고하는 듯하죠. 나무에서 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또 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세월의 유한함을 깨닫는 그 감각은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면서도 작은 허무를 불러오지요.
그렇다고 시월의 바람이 꼭 슬픔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바람이 불어와 공기를 바꾸고, 한 계절을 정리하는 듯한 그 흐름 속에서 잠시 사유가 깊어지기도 합니다. 쓸쓸함은 어쩌면 우리가 이 계절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정직한 감정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일 년 열두 달 중에서도 시월을 가장 좋아합니다. 맑고 청량한 바람, 떨어지는 잎의 소리, 길게 드리운 황혼의 빛이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사유와 성찰을 허락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다가오는 시월을.
반면, 시월은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환절기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비염 탓에, 눈물 섞인 재채기와 막힌 호흡으로 고통을 겪기 때문이지요. 좋아하는 계절을 마음껏 누리고 싶은데, 비염 때문에 가을을 온전히 향유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달이 가장 버거운 달이 되는 이 아이러니.
하상매거진의 마중물은 계절마다 어울리는 차 한 잔으로 시작해 왔습니다. 9월이 상큼한 레모네이드로 활기를 전했다면, 10월에는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른 한 잔은 ‘대추차’입니다.
대추는 예로부터 몸을 보하고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과일로 여겨졌습니다. 동의보감에도 ‘오장(五臟)을 보하고 혈액을 맑게 하며 기운을 북돋운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그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지요. 환절기에 떨어지기 쉬운 면역력을 높여주고, 피로 회복과 숙면에도 도움을 주며, 피부를 맑게 가꾸는 데에도 좋다고 합니다. 붉은빛을 머금은 대추차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계절의 피로를 달래 주는 든든한 약손 같은 존재입니다.
말린 대추를 오랜 시간 달여야만 느낄 수 있는 정성 어린 깊은 맛도 좋지만, 요즘은 직접 달이지 않아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액상차가 있어, 생각날 때마다 간편하게 타 마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오늘은 잘게 썰어 달콤하게 절인 대추 과육에 대추 농축액과 국산 꿀을 더해 완성한 시판 꿀 대추차를 이용해 차를 타보았습니다. 잔에 우러나는 붉은빛과 꿀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이 어우러져 정성껏 달여낸 차 못지않은 따스함을 전해 주었습니다. 이 한 잔에 담긴 가을이 삶의 유한함을 부드럽게 일깨우며 비워내고 채우는 순환을 느끼게 하네요.
여러분은 시월에 어떤 차를 곁들이며, 계절이 건네는 고요한 위로를 받아들이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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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5년 10월호 (통권 제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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