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역 2번 출구를 나와 세종마을 입구 쪽으로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이 점점 잦아드는 좁은 골목이 있다. 파리바게뜨와 이삭토스트 사이, 누구도 쉽게 눈치채지 못할 만큼 소박한 입구. 그 골목 끝에, 이름처럼 달빛이 내려앉은 한옥 레스토랑 ‘한옥달’이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소나무 향이 스며든 마당이 반긴다. 장독대와 흙길, 그리고 그 위로 기와지붕이 낮게 드리운 모습은 도심 속에서 느끼기 어려운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한옥 뒤로 높은 건물이 없어, 운이 좋으면 지붕 위로 떠오른 달빛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이름 그대로, ‘한옥의 달’이 머무는 곳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오래된 자개장, 재봉틀, 전축, 그리고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고가구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서까래와 창살은 그대로 두어 한옥의 원형을 유지했고, 벽면에는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소품들이 가득하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들른 듯, 낯설지 않은 편안함이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어, 단체 모임도 무리 없고 테이블 간격이 넓어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통창 너머로 중정이 내려다보이고, 저녁이면 노란 조명이 켜져 더욱 따뜻한 공간으로 변한다. 한 그릇의 파스타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가 오가는 그 풍경은,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한옥달의 주된 매력은 ‘한식의 마음과 양식의 입맛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뚝배기 고추장 파스타’는 포항 죽장연의 프리미엄 고추장으로 맛을 낸 스튜식 토마토 파스타다. 매콤할 것 같지만 의외로 부드럽고, 새콤한 토마토소스와 고추장의 깊은 감칠맛이 조화롭다. 뚝배기 바닥의 누룽지까지 함께 즐기면, 그야말로 한국적인 마무리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우렁 된장 리소토’는 크림소스에 은은하게 밴 된장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며, 그릇을 긁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페스카토레 비앙코 스파게티 역시 신선한 해산물과 화이트 와인이 어우러진 향긋한 맛으로 식탁의 밸런스를 완성한다.
한옥이라는 공간 안에서, 고추장·된장과 리소토·파스타가 한 자리에 어우러지는 풍경은 이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동양의 정서와 서양의 식문화가 달빛 아래에서 은은히 손을 맞잡는 느낌이다.
저녁이 깊어지면 한옥의 처마 밑으로 조명이 켜진다. 유리창에 비친 불빛과 마당의 그림자가 겹쳐지며, 식사 공간은 어느새 ‘달밤의 정원’으로 변한다. 그 순간, 한옥달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시간이 머무는 장소’가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여유를 잠시 되찾게 되는, 그런 특별한 공간 말이다. 한옥달에서의 식사는 맛과 향의 기억을 넘어, 한옥의 정취와 서양의 식탁이 빚어낸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남는다.
# 방문 정보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가길 9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93m)
- 연락처: 0507-1354-3394
- 영업시간: 11:30~21:00 (라스트오더 19:40), 브레이크타임 15:00~17:00/일요일 휴무
- 주차: 주변 유료주차장 이용 권장
- 추천 메뉴: 뚝배기 고추장 파스타, 우렁된장 리소토, 페스카토레 비앙코
�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5년 12월호 (통권 제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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