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듦에 대하여

by 최연신


climate-change-2063240_1920.jpg 사진출처 : 픽사베이

윤기와 탄력을 잃은 내 모습이 낯설어 사진을 피하게 될 때,

신발장에 굽 높은 구두보다 발이 편한 운동화가 늘어날 때,

예전 같으면 하룻밤 잠으로 거뜬했을 피로가 며칠씩 어깨 위에 머물러 있을 때,

분명히 아는 이름이나 단어가 입안에서만 맴돌 뿐 선뜻 밖으로 나오지 않아 머뭇거릴 때,

훌쩍 커버린 딸아이 웃음소리에서 빛나던 내 청춘의 조각을 문득 발견할 때,

어느새 몰라보게 작아진 부모님의 뒷모습을 볼 때,

친구들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의 중심이 꿈이나 열정에서

‘건강’이나 ‘영양제’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때,

거리에서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을 보며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라는 감탄사가 예찬보다 먼저 나올 때,

청춘을 함께 한 가수나 영화배우의 부고를 듣게 될 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던 단골 가게가 없어진 것을 볼 때,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길가의 꽃이나

계절마다 변하는 나무의 색깔이 유독 눈에 들어오고

그 속도에 마음을 맞추고 싶어질 때,


그 순간 마디마디마다 세월의 흐름을 시리게 확인합니다.


한때는

나이 든다는 것이 연륜의 동의어라고 생각했고,

깊어지는 눈가 주름만큼 마음의 너비도 넓어질 줄 알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호수처럼 깊고 평온해질 줄 알았고,

희끗해지는 머리카락의 수만큼 생각의 타래도 명료하게 정리될 줄 알았고,

느려지는 발걸음만큼 타인을 기다려주는 인내심도 저절로 깊어질 줄 알았고,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고,

비워지는 욕심의 자리에는 담백한 삶의 철학이 대신 채워질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시간의 한복판에 서 보니 그것은 거대한 착각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현실의 나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 마음을 다치고,

낡은 습관의 틀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새로운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내가 경험한 과거의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려 하고,

지혜가 쌓이기보다 겁이 많아지고,

배려보다 서운함이 앞서고,

타인의 조언보다는 내 안의 ‘아집’과 ‘고집’을 정답이라 믿으며 목소리를 높이고,

너그러운 어른이 되기는커녕, 내 영역을 침범받지 않으려는 옹졸함이 늘어가고,

남겨진 날들에 대한 불안은 젊은 시절의 그것보다 덜하지 않고,

채워지지 않은 빈틈과 여전히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

오늘도 나는 완성되지 않은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 오늘의 고사성어: 광음여시 (光陰如矢)

▶ 한자: 光(빛 광) / 陰(그늘 음) / 如(같을 여) / 矢(화살 시)

▶ 뜻: 세월(빛과 그늘)이 화살과 같이 빠르다는 뜻입니다. 어느새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과 주변 환경을 보며 느끼는 속도감을 상징합니다.

▶ 유래: 중국의 고전 문학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비유할 때 흔히 사용되었으며, 화살이 시위를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듯 흘러간 시간도 되돌릴 수 없음을 경계하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 추천 이유: 본문의 '마디마디마다 확인하는 세월의 흐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흔적들을 포착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시간의 귀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 마음가짐: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한탄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소중한 순간들(꽃의 색깔, 나무의 변화)에 더 깊이 집중하고 마음을 맞추기.

▶ 성장: 세월은 빠르지만, 그 흐름 속에서 쌓인 경험과 성찰은 우리를 더 깊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고사성어 #광음여시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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