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by 최연신

� 세일즈맨의 죽음, 지은이 아서 밀러, ㈜민음사, 2009, 고전소설(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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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아서 밀러 (Arthur Miller, 1915~2005)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191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대공황을 겪으며 경제적으로 큰 몰락을 경험했는데, 이 사건은 이후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몰락’, ‘실패’, ‘생존’이라는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시절 그는 빵집 배달원과 자동차 부품 회사 점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이후 미시간 대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극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삶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현실에 발 딛은 시선을 갖게 했고, 이는 곧 그의 작품을 지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밀러는 평범한 인간의 삶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 존재의 비극을 탐구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단순히 개인의 불행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불행을 만들어낸 사회적 구조와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응시했다. 이처럼 개인의 삶과 사회 시스템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시선은 그의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1949년 발표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그의 문학적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끝내 사회로부터 밀려나는 주인공 ‘윌리 로먼’을 통해, 이 작품은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성과 붕괴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초연 이후 약 2년간 742회에 달하는 공연이 이어졌으며, 연극계 3대 상인 퓰리처 상, 토니 상, 뉴욕 연극비평가상을 흽쓸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다.

한편, 그는 배우 마릴린 먼로와의 결혼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문학적 위상은 이러한 화제성과는 별개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말년에 이르기까지도 그는 집필과 연극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끝까지 동시대 사회를 향한 질문을 던진 작가로 남았다.


� 책 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번, <세일즈맨의 죽음>은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에서 매달 진행되는 온라인 독서모임의 2월 선정 도서로 소개되었다. 평소 혼자 읽기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던 작품이었지만, 함께 읽고 나누는 자리라는 점이 계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되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930년대 대공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전후 미국 사회에 퍼져 있던 ‘아메리칸 드림’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평생을 외판원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은 한때 번듯한 집과 가족, 유망한 아들들을 둔 성공한 가장이라 믿으며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가치관을 신봉해 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 속에서 그의 입지는 점차 흔들리고, 두 아들 비프와 해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방황한다. 특히 비프는 과거 보스턴에서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이후 그에 대한 신뢰를 잃고, 아버지가 믿어온 성공 신화를 거부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윌리의 환상이 뒤섞이는 가운데 그는 점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고, 결국 해고를 당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 부정당했다고 느낀다. 절망에 빠진 그는 자신의 생명보험금이 아들의 미래를 위한 자본이 될 것이라는 왜곡된 믿음 속에서 자동차 사고를 가장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그의 장례식에는 거의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남겨진 가족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해피는 여전히 아버지의 꿈을 이어가려 하지만, 비프는 그가 좇아온 성공이 허상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그것을 내려놓는다. 이 작품은 전후 번영의 이면에 자리한 경제적 불안과 경쟁, 그리고 성공 신화의 균열 속에서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져 가는지를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읽기에 쉽지 않았다. 문해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용뿐 아니라 서술 방식에서 오는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현재와 과거, 그리고 윌리의 환상이 뒤섞여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는 끊임없이 장면의 시점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자존심과 후회, 환상을 감춘 채 말하기 때문에 대사의 이면을 읽어야만 의미가 온전히 드러난다. 여기에 더해 ‘아메리칸 드림’과 같은 당시 미국 사회의 가치관이 전제되어 있어, 그 맥락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인물의 행동과 선택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책의 뒷부분에 실린 작품 해설을 통해 이러한 구조와 시대적 배경을 다시 짚어 보면서, 처음에는 흩어져 보이던 장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윌리의 환상과 기억이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그가 끝내 붙잡고 싶었던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서 작품 전체가 훨씬 또렷하게 읽혔다.

✍ 마음에 새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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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63

“너희 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그이를 쓸모없는 존재, 비참하고 우울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도록 두고 보지 않겠어.”


� p.65

“소시민도 위대한 사람들처럼 지치긴 마찬가지야. 이번 3월이면 회사에서 일한 지 서른여섯 해가 돼. 그동안 새로운 지역을 개척해서 회사의 노른자로 만들어놨더니, 이제 늙으니까 봉급을 안 주는구나.”


� p.95

“파커 하우스 호텔에서 세일즈맨 한 사람을 만났지 뭡니까. 데이브 싱글먼이었지요. 팔십 넘은 노인이었는데 서른한 개 주에서 판로를 개척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노인네가 방에 올라가면 녹색 벨벳 슬리퍼를 신고…… 그 색깔이 잊히지도 않아요…… 수화기를 들고 바이어에게 전화를 해서는, 방을 뜨지도 않은 채 영업을 하더란 말입니다. 나이 여든넷애. 그걸 보니 세일즈야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117


“고속도로 여행, 기차 여행, 수많은 약속, 오랜 세월, 그런 것들 다 거쳐서 결국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 있는 인생이 되었으니 말이야.”


� p.172

“좋은 시절이 참 많았어요. 출장에서 돌아오셨을 때, 일요일에 현관 계단 만들 때, 지하실을 완성할 때, 새 현관 만들 때, 욕실을 하나 더 만들 때, 그리고 차고 만들어 넣을 때. 찰리 아저씨, 아버지는 그 모든 세일즈 일보다 현관 계단 만드는 데 더 정성을 쏟았답니다.”


� p.173

“세일즈맨은 꿈꾸는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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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77

“이 작품은 (극의 마지막 부분인 ⌜레퀴엠⌟을 제외하면) 약 스물네 시간 동안 세일즈맨 윌리 로먼의 집을 보여 주면서, 늦은 밤 윌리의 귀가에서 시작해서 그다음 날 그의 자살로 막을 내린다. 이처럼 단일한 공간적, 시간적 배경 속에서 단일한 플롯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고전적인 비극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면서도, 극은 그 속에서 수직과 수평으로 뻗어 나가며 전통적인 삼일치의 원칙을 해체한다.”


� p.180

“현대인은 자신의 꿈과 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원래의 꿈이 왜곡되는 허상에 집착하고 매달리게 된다. 왜곡되었음에도 허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실이 점차로 개인을 얽매고 그 존재 가치를 박탈하는 공포스러운 실체로 인식되며, 그나마 자신의 가치를 박탈하는 공포스러운 실체로 인식되며, 그나마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은 허상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p.182

“<세일즈맨의 죽음>이 반세기 동안 꾸준히 시공을 초월한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이처럼 그 소재가 인간사의 보편적 소재인 가족, 특히 부자간의 갈등에 기초하고 있고, 개인의 꿈과 희망이 현실과 조화하지 못하고 뒤틀리다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그려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183

“작품을 자세히 읽다 보면 문장 성립이 안 되거나 주제가 도약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것은 현대를 사는 서민들의 언어 생활, 특히 윌리 로먼의 오락가락하는 생각의 실마리를 보여 주는 아주 효과적인 방식이면서, 동시에 느낌과 감정을 중심으로 극적 전개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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