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이 슬로우, 신은혜 지음, 책읽는고양이/도서출판리수, 2021, 에세이
� 책 소개
에세이를 잘 쓰고 싶다는 갈증으로 한겨레교육의 ‘생활인의 에세이’ 강의를 신청했다. 그곳에서 강사로 만난 신은혜 작가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강렬한 카피로 대중의 감성을 흔들었던 카피라이터였다. 강의를 통해 그녀가 세상을 기록하는 방식을 접하며, 자연스레 그녀의 문장이 담긴 저서 <일상이 슬로우>를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에 함몰되지 않고,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퇴사 후 하와이에서 보낸 여유로운 시간은 물론, 다시 돌아온 한국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작고 소중한 관찰들이 따뜻한 문체로 채워져 있다.
강의를 들으며 시작된 이 책과의 만남은 나에게 단순한 독서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그것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먼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다정한 질문이었다. 일상의 결을 섬세하게 느끼고, 그 속에서 나만의 문장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 마음에 새긴 문장
� p.45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은 걸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다. 바람이 나뭇잎을 악기 삼아 어떤 소리를 만들어내는지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 창틀 아래쯤 걸려 있던 보름달이 조금씩 위로 이동해 창틀 밖으로 사라지는 행보를 감상할 수 있는 마음. 그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내 삶에 내어줄 수 있는 마음.”
� p.52
“사람은 나이 들수록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과 같은 ‘소소한 경험에서 얻는 행복’이 해외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험에서 얻는 행복’만큼 크다고. 그러고 보면 나이 드는 것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꽤나 멋진 일이구나 싶어진다.”
� p.90
“별은 나에게 노스탤지어 같은 존재라서 텅 빈 밤하늘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그립고 아련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을 때 별들이 시야를 꽉 채워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나는 시야밖에 있는 별들도 두 눈에 담고 싶어서 시선은 하늘에 고정한 채 아주 천천히 몸을 한 바퀴 돌릴 텐데.”
� p.92
“세상엔 대체할 수 있는 게 많이 있다. 필름 카메라로 찍든 디지털 카메라로 찍든 사진은 찍한다. 종이책으로 읽든 전자책으로 읽든 똑같은 텍스트다. 그런데 필름 사진이 주는 감성은 디지털 사진으로 대체가 되지 않는다. 종이책의 감성을 전자책이 자아낼 수 없다. 똑같은 오브제지만 똑같은 사진이 아니며 똑같은 텍스트지만 똑같은 책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행이 주는 감성을 음악이 대체할 수 없다. 음악이 주는 감성을 영화가 대체할 수 없고, 영화가 주는 감성을 책이 대체할 수 없다. 각각의 감성은 개별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별이 주는 감성 역시 음악이나 미술, 여행 같은 걸로는 좀처럼 대체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예쁘고 소중한 감성의 한 영역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토록 별을 갈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p.128
“이 집을 떠올릴 때면 고스란히 따라오는 여러 감각들이 있다.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았던 침대 시트, 아침마다 잠든 눈가에 내려앉던 햇살, 그 햇살에 눈을 떠 가장 먼저 마주쳤던 대자연의 하늘, 거실 창문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던 쌍무지개, 무지개의 생성과 소멸을 가만히 응시하던 시간들, 텔레비전 대신 창문 너머로 공원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보며 먹었던 저녁 식사, 내 방으로부터 위로받고 에너지를 얻고 행복을 느낀 나날들이었다.”
� p.172
“하기 싫은 것을 단호히 거절하고, 싫어하는 것을 돌려 말하지 않고,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내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원하는 대로 사는 삶은 쉽게 쟁취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무엇보다 소중했다. 하지만 인생에는 억지로 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 존재한다. 걱정은 잠시 뒤로하고 현재에 풍덩 빠지는 것도 괜찮겠구나 싶다.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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