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한번 보다만 경험이 있었다. 초반이 너무 지루해서. 이 영화의 재미는 그 지루한 초반을 넘겨야 나온다는걸 그때는 몰랐다.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통제를 가하고 있는 국가, 그리고 자유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에 대한 이야기. 내가 보기엔 그랬다. 전혀 어렵지도 않은 영화였다.
방송까지 되고 있지는 않겠지만 어딘가에 한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영화 속 트루먼처럼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사람은.
사람들은 이야기라는 것을 참 좋아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를 통해서도 책이나 잡지 같은 활자 매체를 통해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실제 내 주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트루먼은 배우가 아니다. 그냥 일반인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속에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 장면이 있다. 과연 트루먼이 엄마뱃속에 있을 때부터 방송에 나가도록 촬영을 허락한 엄마의 생각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전부 캐스팅된 배우라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과연 가족들마저 그래야 했을까.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트루먼 쇼는 계속 되고 있었으니 가족의 동의가 있었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알 권리, 볼 권리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게 과연 한 사람의 인생을 담보로 하는 것은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가. 본인의 동의도 없이. 요즘 많이 발생하는 파파라치등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아, 나도 모르게 너무 분석을 하게 되는구나..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니.
영화가 나온 지 이미 세월이 꽤 흘렀지만, 지금 세상이 편리해지면서 생긴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불편함을 예견한 것 같다고 하면 너무 넘쳐난 생각일까.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한 도촬, 범죄 예방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무엇이 주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셀 수도 없이 깔린 CCTV..
세상에 디지털과 인터넷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남겼던 자취로 인해서 한참이 지난 후에 곤혹스러운 일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 무심코 남겼지만 잊고 있었던 무언가와 영화 속 설정이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실제로 영화 속 배경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시기에 비디오로 엄청난 댓가를 치렀던 사람도 있었다. 그 빨간 비디오 속 주인공도 자신의 벌거벗겨진 모습이 훗날 안줏거리가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마 이 영화였을 것이다. 짐 캐리가 마냥 코미디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 물론 이 영화에서도 깨알 같은 그의 가벼운 표정 연기를 볼 수 있긴 하다.
혼자서는 필사의 탈출이 될 수밖에 없지만, 만약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라면. 개인이 발버둥 쳐서는 거대한 시스템을 뚫을 수 없다. 부정하는 것은 결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트루먼이 나간 곳에 완전한 자유가 있는 곳인지 아니면 또 다른 세트속인지는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인 것은 한사람의 처절한 몸부림이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거다. 영화 속 시청자들이 그러니까. 그들은 철저하게 텔레비젼 속 트루먼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 만약 그런 시청자들이 불쌍하다며 트루먼 구제 운동에 나섰다면 트루먼 쇼가 종방을 하지 않았을까. 성난 대중들은 그 무엇도 통제할 수 없으니까. 국가가 피를 묻히며 짓밟지 않는 이상.
아.. 끝까지 심각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