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는데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운전면허도 없는 녀석이 뜬금없이 자동차 보험에 관해 좀 아는 게 있냐고 물어왔다.
각설하고..
결론은 제수씨가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얼마나 다쳤으며, 병원에 입원은 했는지, 보험처리는 어떻게 하는 중이며 합의는 원만하게 되어가는 지를 여러 번에 걸쳐 물었다. 핸드폰이 정지 상태라 메신저로 채팅만 하는 게 상당히 번거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해자는 26살의 오토바이 배달부였다. 오토바이도 본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험처리가 힘든 것 같았다. 책임보험 밖에 되지 않고 그것도 한도가 겨우 70만원 밖에 안 된다는 말을 동생은 가해자의 오토바이가 가입돼있는 보험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고 했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이 거의 없었다. 기본적인 지식은 있었지만 자세한 것은 동생과 문자를 주고받는 동시에 아는 형에게 조언을 구했다.
결과적으로 참 더럽게 걸린 셈이었다.
결국 피해자만 피곤한 셈이다.
난 그냥 합의를 하지 말고 처벌을 받게 하는 쪽으로 하라고 했다. 그러면 가해자인 청년은 급한 마음에 어딘 가에서라도 돈을 융통해서 주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동생의 장모와 제수씨는 그냥 빨리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심지어 장모는 가해자 쪽이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다는 말을 듣고 돈도 받지 말고 합의를 하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제수씨 역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동생 역시 조금 더 알아보겠다는 말은 했지만 생각은 그쪽으로 기운 모양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골치 아픈 상황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마음이 세 사람 모두 강한 듯 했다.
어떻게 보면 그게 현실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수씨는 날아갈 정도로 오토바이에 심하게 부딪혔지만 벌써 퇴원을 해서 통원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상태가 많이 심각하지는 않으니 가해자 역시 처벌을 받아봐야 벌금형 정도로 끝날것 같다고, 동생은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도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과연 합의를 유도하는 처벌을 촉구’ 한다고 해서 얼마나 강한 처벌이 내려질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합의를 하지 못할 것 같으면 그나마 책정된 보험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건지.
결국 피해자만 피곤한 셈이다. 가해자는 미안한 마음이야 있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좋게 넘어가고 싶을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피해자인 제수씨가 벌써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피해자인 내 동생의 가족만 어떻게 해서든 최선을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세상일이라는 게 무슨 일이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항상 사고에 대한 대비는 하고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피해자 측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피곤한건 피곤한 거다. 내 동생의 케이스를 봤을 때 결국 또 선량한 사람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가해자 청년이 보험이 제대로 된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면 이런 골치 아픈 일이 있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동생의 어려운 형편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고,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는 변호사나 경찰 인맥 하나 없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오늘 이 일을 전해 듣고 또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돈이 없어 내가 피곤한건 괜찮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어떻게 보면 그게 현실적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더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동생과 주고받았다. 제수씨가 무릎에 계속 통증이 온다고 이야기 한다. 억장이 무너진다. 내가 이런데 남편인 동생은 어떻겠는가. 사고 현장에 아직 태어난 지 일 년도 채 안된 조카가 없었던 것도 천운이다. 정말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아직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며칠 내에 종결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조금 더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올해는 왜 시작부터 주변 사람들이 걱정되는 소식이 많이 들릴까. 점이라도 보러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