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월호 사건 2주기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존자중 제일 먼저 구출된 아이들이 혹시 일진들이거나 부잣집에서 오냐오냐 커서 말 안 듣는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
선장인지 선원인지가 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 는 말을 들었던 착한 아이들은 고스란히 죽었다. 그 아이들은 평소에도 선량한 부모 밑에서 자란 말 잘 듣는 아이들이었을 것이고, 학교에서도 선생님 말씀 잘 듣는, 가끔 말썽을 피우더라도 상식적으로 용인이 되는 수준의 말썽 정도만 피우는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어도 고스란히 적용이 된다. 말을 잘 듣기만 하는 착한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는 세상이다. 정부의 그럴듯한 정책만 믿고, 회사에서 제시하는 막연하지만 귀가 솔깃한 얘기만 믿고 착실히 열심히만 사는 사람들은 절대 ‘열심히’ 그 이상은 살수가 없다. ‘열심히’ 살아서 ‘풍족하게’, 혹은 ‘잘’ 산다는 말을 듣기위해서는 가끔은 남을 속이고 밟는 것 정도는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때로는 배신을 하기도 하고 거짓말 따위는 일상으로 살아야 한다. 낭만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해도 세상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착실히 열심히만 사는 사람들은 절대 ‘열심히’ 그 이상은 살수가 없다.
정직하게 기업해서는 살 수 없는 나라이고 그렇게 해서는 절대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살고 싶은 집에서 살고, 타고 싶은 차 다 타고 다니고, 다닐 수가 없다. 세상이, 이 나라가 참 좋은 것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좀 빨리 알게 된 사람들은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나 하나정도는’ 이라는 각오로 욕먹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욕 좀 먹는 대가로 벤츠 끌고 다니고 몇 십 억짜리 아파트에 살수가 있으니까.
전직 대통령 중 자기 방어를 하지 않고 유일하게 낙향해서 국민들과 어울리는 소박한 삶을 원한 사람의 말년이 어떠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충분히 모범적인 부자들도 있다. 편법 같은 것 쓰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부를 모으고 사회에 귀감이 될 만한 일도 많이 하는 존경받을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라는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 중 자기 방어를 하지 않고 유일하게 낙향해서 국민들과 어울리는 소박한 삶을 원한 사람의 말년이 어떠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백억을 기부했지만 그 후 그만큼의 금액을 세금으로 추징당한 웃기는 일을 당한 사람도 있다.
그들은 건물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건물주가 아닌 ‘회장님’ 으로 불리기를 즐긴다. 과거에 국회의원이나 장관 자리에 앉아 있었어도, 현재에도 여전히 ‘장관님’, ‘의원님’ 으로 불린다. 또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열망에 그렇게 부르라고 시키는 건지, 아니면 그들을 모시는 ‘아랫사람’ 들이 알아서 그렇게 부르는 건지는 모른다. 어쨌든 보기도 듣기도 싫은 행동들이다.
일하는 가게에 영부인이 온다고 해서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더니 전 대통령으로서의 예우조차도 일부 박탈당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인 사람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들 역시 말 잘 듣지 않아서 아직도 그 나름의 ‘위치’ 라는 것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래서 난 참 말 안 듣는 사람이 싫다. 말을 안 들어도 상식적으로 용인이 되는 선에서 그치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들만 사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건 이루어지기 힘든 소망일지 몰라도, 그런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많길 바라는 게 말도 안 되는 지나친 바람일까? 욕심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