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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Dec 20. 2016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나는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팬이다. 그가 쓴 작품은 며칠 전 출간된 최신작 빼고는 전부 다 읽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많은 기대를 했지만 내심 걱정도 됐었다. 


기욤 뮈소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건, 우리나라 인기 웹툰 작가인 강풀의 웹툰을 영화화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웹툰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강풀의 웹툰은, 그 웹툰의 정서를 고스란히 옮겨오는 게 힘들었다. 딱 하나, 이웃사람이라는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흥행 참패를 했다. 비평가와 일반 관객들 모두에게서 외면받았고 혹평을 받았다. 



기욤 뮈소의 작품도 그런 부분에서 많은 우려를 했다. 작품 자체의 정서도 그렇지만, 기욤 뮈소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인 극 중 반전이나 치밀하고도 숨 가쁘게 돌아가는 스토리 라인..


모든 스토리와 반전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작품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갖춰진다고 해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걸 뜻한다. 그것도 원작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후한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더 그렇다.




결과부터 말해야겠다. 완전 실망이었다. 인물과 지역적인 설정 등을 몇 개 바꾼 것만 빼면 소설을 그대로 옮겨 놓았지만, 그뿐이었다.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영상미에서도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딱 하나, 주인공 수현의 하나뿐인 친구로 등장하는 태호의 존재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그 역시 특별하지는 않다. 어느 영화에나 있는 감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감독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원작을 비트는 모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걸까.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 좋게 봐줄 수가 없다. 타임슬립이라는 장르에서 꽤 많이들 쓰이는 현란한 시각 효과 같은 것이라도 좀 화려하게 들어가고, 시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긴박감을 느끼는 편집이라도 들어갔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런 것 역시 이미 너무 많이 다뤄졌으니까. 




그러고 보면 기욤 뮈소의 소설은 독이 든 성배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영화사에서도 판권을 사기 위해 접근을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원작자인 기욤 뮈소가 우리나라에서 제시한 각본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주연을 맡은 배우 김윤석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우리나라 영화사 측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경쟁자가 많았던 걸 봐서 영화화하기에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 작품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의 흥행 예상을 했겠지만 반대로 흥행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다. 



난 이 작품이 사람과의 관계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포커스를 맞춰야 할 부분은 타임슬립이라는 장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빈틈없는 스토리 라인에 매료된 사람들이 상당수일 테니. 물론 난 작가가 추구하는 사랑에 대한 문장들을 열렬히 사랑하는 팬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의 장기중 하나인 스토리 라인이 빠져 있다면 계속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정도로 그의 작품에서는 한치의 빈틈없는 스토리 라인이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중요한 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보다는 적절하게 각색 되어진 한국적인 정서, 그러니까 삼십 년이 흘러도 잊지 못하고 있는 첫사랑 같은,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호평을 내린 사람들의 댓글은 대부분 그런 것들이었다. 


여주인공으로 나온 ‘채서진’이라는 신인 여배우도 언론에서 홍보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의 행보가 걱정된다. 알고 보니 이미 유명한 김옥빈을 언니로 두고 있었던 그녀는 언니의 후광에 가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일어서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변요한은 상업 영화 첫 주연이라고 들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김윤석은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다. 한 때 설경구와 송강호를 섞어 놓은 것 같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던. 그러나 ‘했던’이다. 요즘 그의 행보를 보면 한 때 송강호와 비교를 했던 게 송강호에게 미안해질 정도다. 그의 불규칙한 대사나 연기톤을 보고 있으면 상당히 불안해진다. 한 때 송강호가 ‘하울링’이나 ‘푸른 소금’등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가 생각난다고 해야 하나. 



물론 주연 둘 다 좋은 배우다.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이 영화의 완성도가 내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게 배우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감독의 판단 착오와 디렉션 미스다. 장르적으로 강한 남자 감독 중 한 명이 연출을 맡았더라면 차라리 더 좋지 않았을까?


몇 달 전에 봤던 ‘시간 이탈자’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비슷한 영화다. 설정은 다르지만. 장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이 영화보다는 훨씬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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