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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Feb 02. 2017

텔레마케터와 정치인의 공통점



난 경력 단절 사회인이었다. 


글을 쓴답시고 십 년 가까이 헤매면서 직장이 아닌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 보니, 정작 이제 취직이라는 것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어떤 회사이든 서류 전형에 합격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가 돼 있었다. 


그나마 면접까지 통과하고 입사 교육을 받은 후 업무에 투입되는 것이 가능한 회사는 보통 세일즈 업무를 대기업에서 위탁받은 아웃소싱 업체들이었다. 


세일즈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난 정장 쫙 빼입고 다니면서 직접 사람을 만나서 뭔가를 파는 건 자신이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언젠가부터 카드회사 콜센터 면접을 그렇게 봤었다.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가지 혜택이 있는 부가서비스를 세일즈 하는 게 내가 한동안 했던 일이었다. 


한동안.. 이라고는 했지만, 실제 그 한동안이라는 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 합쳐서 두 달도 안됐으니까. 첫회사는 한 달 정도 다니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와선 그 길로 집으로 와버리고, 두 번째 회사는 교육을 받은 후 실제 업무 투입 하루 만에 관뒀다. 그리고 세 번째 회사는 업무 투입 삼일 만에 역시 점심을 먹은 후 곧장 집으로 왔었다. 그렇게 민폐를 끼치는 생활을 한동안 했었다. 



함께 했던 사람에게는 미안했지만, 난 나름대로 합리화를 했다. 

했던 일 자체가 원치 않는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 식으로 상품을 파는 일이다. 

정말 요긴해서 먼저 상품 가입 요청을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다. 

보통은 말발로 팔아재껴야 한다. 

그런 일을 하는 회사에 있으면서 말없이 관두는 게 무슨 대순가. 

실제 나 같은 사람이 많았다. 물론 잘했다는 건 아니다. 마무리가 깔끔한 게 좋긴 하다. 



서론이 조금 길어졌다. 


텔레마케터와 정치인의 공통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둘 다 말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나는 말로 회사의 상품을 팔고, 하나는 자신의 이미지를 판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에는 대부분 거품 혹은 완전하지 않은 사실이 섞여있다. 물론 주관적인 관점에서다. 그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는 두 직업인들이 하는 말의 허와 실을 한번 살펴보자. 


텔레마케터가 고객에게 파는 부가서비스의 계약은 백 퍼센트 녹취로 이뤄진다. 회사에 매뉴얼화돼있는 스크립트에 있는 그대로만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고, 명시돼있는 부분에서 고객의 ‘네’라는 말만 녹취가 되면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루에 몇 개씩 계약을 따내면 월급날에 그에 따른 실적과 기본급을 더한 금액이 입금된다. 


한때 개인 정보 유출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부가서비스 판매가 문제시되어 금융감독원에서 제재조치를 취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잠깐 몸담은 상태에서 얘기 듣기로는 예전보다는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어딜 가나 고수는 존재하는 법. 실적 상위자는 회사 매뉴얼의 허점을 파고드는 편법을 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말을 굉장히 빠르게 한다든지, 특정 부분, 이를테면 금액이 들어가는 부분에서 말을 흐리거나 목소리를 작게 해서 인지를 못하게 한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찮아 죽겠는데 그 점을 이용해서 핵심만 짚어서 후다닥 얘기한 다음 끊는다든지.. 상품에 가입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보통은 마음이 약해서 전화를 잘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선량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금감원의 조치 때문에 이제 없는 내용을 있는 것처럼 말을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에는 많이 그랬었다고. 어떻게든 말발로 꼬셔서 혹하게 한 다음 계약을 마무리 짓는, 그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스킬이라면 스킬이었다. 


정치인들은 항상 민생을 걱정하는 척,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척, 주기적으로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시장 상인들을 만난다. 선거 때가 되면 각종 공약을 내건다. 정말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공약이 실행에 옮겨지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있기는 하겠지. 내가 그걸 모르는 이유는 몇 년 전까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서였다. 


글을 쓰고 1인 출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문화산업 육성 정책이 있다는 걸 알고는, “오.. 정부에서 그래도 괜찮은 일도 하는군”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최근 그게 비선 실세에 관련된 정책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솔직히 정책을 잘 세워서 실행한다고 해도 그것을 보통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는 상당히 어렵다. 참여 정부 때도 정책으로 칭찬을 받은 적은 별로 없었다. 언제나 그 정책이라는 것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면,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정치인이 하는 말장난의 만성적인 허풍과 거짓이다. 잘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소수의 제대로 된 정치인들이 꽤 괜찮은 정책을 세워 실행하고자 하면, 그것을 두고 포퓰리즘 어쩌고 하며 정치적 공격을 일삼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는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그럴싸하게는 말을 못 하겠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리고 쓰다 보니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옆길로 좀 샌 것 같기도 하다. 


암튼 핵심은.. 


두 직업 모두 감언이설로 보통 사람들을, 쉽게, 그리고 조금은 악의적으로 얘기하자면 등쳐먹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텔레마케터의 직업적인 속성이고, 나에게 인식된 정치인의 속성이다. 


난 언젠가 또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글만으로 먹고살 수가 없는 현실이 그렇게 만든다. 


대놓고 악의적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텔레마케터라는 것 역시 엄연한 직업의 한 종류다. 낮은 입사 문턱 탓에 경력 단절된 주부들에게는 재취업을 상대적으로 쉽게 노려볼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 일을 악착같이 하면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무능한 가장을 대신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며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그런 숭고한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전혀. 오히려 그 스트레스 심한 일터에서 이를 악물며 꾹 참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인지 대다수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욕먹을 짓을 하는 정치인들 사이사이로 분명히 청렴결백하고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들을 늘어놓은 건.. 


문득 생각나서였다. 최근의 국가적인 사태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일들을 떠올리니 우습게도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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