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기록하다
다 읽는데 며칠 걸린 것 같다. 나의 게으름 탓이다.
건국 이래 최악의 재난 사건중 하나인 세월호 사건..
벌써 3년이 다 돼 간다.
대통령은 아직도 그때의 7시간에 대해서 속시원히 털어놓지 않고 있다. 정말 항간에 떠돌던 소문대로 그 시간에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라도 가지고 있었던 건지.
처음에는 슬펐다. 죽어가던 아이들의 절규와 아직도 아이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아서.
읽을수록 화가 나기 시작했다. 책임 떠 넘기기 때문에 화가 났고, 요즘 새로 등장한 말인 컨트롤 타워의 부재 때문에도 그랬던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은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일어난 인재였다. 이런 말 자체가 이제 너무 식상해져 버렸나?
기업들의 비리와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는 상식의 상실, 그리고 이제는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은 정부 기관들의 안이한 대처..
처음에는 잠수함 어쩌고 하는 ‘썰’도 나왔던 걸로 기억하지만, 저자가 수집한 여러 자료들로 봤을 때는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쪽으로 결론이 기운다. 하긴 그것들, 수많은 자료와 수개월 동안 법정에서 오간 증언들 조차도 백 퍼센트 확실한 사실이 아니라는 게 어이가 없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성남 시장 이재명이 했던 말이다.
“한 번은 작살 내야죠."
정말 한 번은 작살 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조금은 덜 일어나지 않을까.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가져오니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언제까지 이런 일을 더 당해야 하나.
이 책의 저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었나. 저자의 약력을 읽어봤는데 기억이 확실하게 나지 않는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간의 보수를 받고 집필에 착수했다고 하면 그럴만하다고 하겠지만, 글의 성격상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왠지 모르게 저자 역시 일종의 의무감처럼 취재하고 써 내려간 것 같다.
하지만 해당 어른들은 미안하다는 말도 별로 없이 그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기에 바빴다.
배가 침몰한다고 구조 요청을 하지만 하나 같이 어리버리하게 보고만 있다가 삼백 명이 넘는 학생들을 고스란히 수장시킨다.
아직까지 완전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재판정에서의 증언 기록이 정말 하나 같이 짜고 친 고스톱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짜고 쳐도 누군가는 처벌을 받고 누군가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지만.
통신 상태만 원활했어도, 선내 방송 상태만 원활했어도, 말 잘 듣는 착한 학생들이 배 안에 얌전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뛰쳐나오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상황실에서 상황 파악만 제대로 했어도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참사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선장이란 놈이 자기 말대로 공황상태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선원들이 그런 상황에 필요한 훈련만 제대로 받았어도 공황상태라는 건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몇십만 원이 아까워서 세월호의 선주라는 인간들은 훈련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그 돈 아껴서 여기저기 로비는 많이도 하셨다고.
나는 아직까지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언딘’이라는 민간 구조업체에 대해서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말미쯤에는 언급될 것 같았는데.
그러나..
누군가는 그때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계속..
부디 촛불의 염원이 이뤄져서 내년에는 대대적으로 재수사가 이뤄지길.. 그래서 억울한 사람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