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난 아직도
외국 생활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책은 아니다. 아주 솔직한 에세이이자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는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점점 그보다는 에세이의 느낌이 더 난다.
늦은 나이에 굳이 유학을 가고, 그곳에서 우여곡절 끝에 외국 기업에 간신히 취직을 하는 이야기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네이티브 수준으로는 되지 않는 영어실력, 그러나 업무능력으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발버둥..
서른 중반을 넘긴 외국에 사는 커리어 빵빵한 ‘골드미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노처녀로만 보는 한국적인 시선의 ‘웃픈' 현실에 대해서 남자인 내가 공감이 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사는 이들이여, 자신 만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일에 게으르지 말라. 혼자 살더라도 깔끔하고 예쁘게 밥상을 차리고 맛을 음미해라. 요리를 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혼자서라도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정찬을 즐겨라. 이것도 안 되는 날에는 유기농 재료로 반 조리된 음식을 사서 예쁜 그릇에 담아 맛있게 먹어라. 이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한 투자이며 보상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정중하게 대해야 남들에게 존중받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먹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로 대접받아야 할 덕목이다.”
인상적인 대목이 하나 더있다. 한국적인 ‘정'이 싫어서 일찍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의사부부가 노령에 접어들고 난후에는 오히려 한국적인 정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느낀다는 부분이었다.
인생에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같은 고리타분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살지는 않았다.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것을 적지 않은 나이에 느껴서 해외 생활을 8년씩이나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서 자신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수도 보람되게, 최소한 재미나게는 느껴질수 있는 부분이니까.
그러고보니 이책은 일기 같은 책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그녀가 유학을 가고, 공부를 하고,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고, 소개팅에서 얼굴도 보기 전에 퇴짜를 맞고, 그러나 오히려 미국에서는 한참이나 어린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난 태국 요리에 정말 자신이 있거든요.”라는 말을 하며 미국에서 태국 레스토랑을 개업하고 싶어하고 결국 작게나마 개업에 성공하는 한 태국 여자에 대한 이야기, 여행지인 말레이시아에서 겪게된 당연히 일상적이지 않았던 일들, 그곳 사람들은 카메라를 신기해하고 어차피 받지도 못할 사진들이지만 찍는 그 자체를 좋아한다.
이런 어떻게 보면 거창한것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 사소하기까지 한 일들의 나열이다. 그렇게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보기에는 사소한 일이 당사자에게는 의미있는 자취일수도 있는 일이다.
서른에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후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책이 나오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니 이책은 그녀의 일기, 인생의 기록인 셈이다. 쓰면서 고생을 많이 한 저자가 다음 책을 또 쓸수 있을지는 모른다. 아마 내 생각에는 또 쓸것이다. 책을 한번 써본 사람은 그 매력에서 벗어날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