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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Nov 21. 2016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읽었다면 눈물을 흘렸을만한..

눈물은 힘이 세다




강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아주 오래전에 즐겨 읽었던 조창인 작가의 작품들이 생각난다. 


이런 작품들을 명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난다.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본인의 인생이 반영되어 있지만 허구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허구의 비중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직접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이렇게 진한 삶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소설의 전체나 문체의 테크닉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이 소설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맞아..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글은 이런 글이야.. 상품이 아닌 작품.. 


초반부 마음에 드는 글귀가 있어 적어놓으려고 하나씩 사진을 찍어놓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런 글귀는 너무 많았다. 대신 몇 장만 추려서 다른 페이지에 올릴 생각이다.

그래도 아쉬우니 딱 하나만 올려볼까 한다.



군에서 제대하고 3학년에 복학했다.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아 주머니 속에 자퇴 원서를 늘 가지고 다녔다. 대학 간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배수진을 치고 문학에 목숨 걸고 싶었다. 자퇴를 결심하고 아버지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절망하셨고, 어머니는 울면서 나를 달래셨다. 군대까지 갔다 온 자식이 부모의 뜻을 함부로 져버릴 수도 없었다. 내 인생은 내 인생이고, 부모의 인생은 부모의 인생이지만, 때론 나의 인생이 부모의 인생이 되기도 했고, 부모의 인생이 나의 인생이 되기도 했다. 




이철환. 


내게는 아직 생소한 소설가다. 



그러나 내게만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연탄길’이라는 작품을 써낸 사람이었다. 



용기를 얻었다. 쓰다 만 소설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읽으면서 아버지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불과 이틀 전 술에 취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참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었다. 

소설 속 유진의 아버지는 내 아버지와도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현실은 더 냉정했다. 

현실의 내 아버지는 소설 속 유진의 아버지보다 더 최악의 사람이니까.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뒤집혔다. 

얘기했지만 현실의 내 아버지는 정말 최악의 사람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현실의 나 역시 소설 속 유진에 비하면 참 못난 사람이다. 용기가 없어 가정을 꾸리지도 못했고, 아버지와는 연락을 끊고 살다시피 하고 있으니. 


현실은 그런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현실은 영화나 소설과는 다르다고. 현실은 훨씬 냉정하고 솔직하다고.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작품은 예전에도 한번 접한 적이 있다. 영화 똥파리가 그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비참하기만 하고 욕설로 가득한 그 영화에서 난 아이러니하게도 진한, 아주 진한 사람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 보니 그 영화도 현실보다는 덜 냉정했다. 주인공이 죽기는 했지만 그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을 합쳐놓았으니. 환상을 가지게 하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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