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라진 사람들
실화를 소재로 재구성한 작품.
난 항상 이 말이 실화라는 사실로 인해 논란이 될 부분을 피하기 위한 꼼수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실화라는 것 때문에 이슈가 되면 좋은 것이고, 그 반대로 악재가 터지더라도 재구성이라는 점 때문에 면피가 되니까.
런닝 타임이 생각보다 짧은 영화였다. 경험상 그런 영화는 볼거리가 풍부하지 않다. 핵심만 탁탁 건드리고 조금 서두른다 싶을 정도로 빨리 끝이 난다.
그럴 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아니었다.
극의 중반이 조금 지날 때까지는 취재한 증거 영상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물론 그 점을 설명하는 장면이 초반에 나온다.
일반적인 핸드핼드가 아닌 것 같은, 정말 배우들이 들고 찍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친 화면. 몰입도를 높이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안정적인 카메라 앵글로 잡아내는 화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함이 느껴졌다.
거기에다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염전 노예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져 정말 실제 현장을 잠입취재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중반을 조금 지난 부분까지의 증거 영상 장면이 끝나면 다음부터는 그 사건을 세상이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조금은 뻔하게 보여준다. 하긴 뻔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게 감독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실화라는 한 가지에서 멈추지 않는다.
극중 주인공인 박효주와 후배 촬영기자가 뻔히 보이는 그곳 상황에 겁도 없이 너무 서툴고 무모하게 덤벼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영화적으로 조금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판에 그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 진다. 그건 일종의 영화적 장치였던 것 같다.
보기에 따라 막판의 반전을 위한 억지 구성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도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반전에 내 머릿속에 있던 허술하다는 생각은 싹 지워졌다. 경찰이 염전 노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 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에서 조금씩 떡밥을 던져주지만 눈치 채지 못했었다. 난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장르적으로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성 강한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계속해서 뜨고 있는 배성우라는 배우는 안됐지만 이런 영화에 나오는 강렬한 역할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의 예전 작품인 ‘김복남..’ 에서도 이런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실제 그 사건은 어떻게 종결이 됐을지 궁금해진다. 종결이 되긴 했을까? 그 당시 실제 사건에 대한 나의 관심도는 보통 사람의 그것, 딱 그만큼이었다.
류준열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기사를 예전에 어디선가 읽고, 그의 비중이 꽤 큰 줄 알았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 그는 조금씩 유명세를 타고 있었기에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등장하는 장면도 많이 않았고 비중도 그저 그랬다. 거친 악역이라고 해서 주목을 받기엔 이 영화는 너무 그런 게 많으니까.
음습하고 우울한 연극 한편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