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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Feb 21. 2017

어떻게 보면 타고나는 것



몇 년 전 시나리오 작가이자 단편영화 몇 편을 연출하기도 한 ‘최고은’ 작가의 부고 소식이 인터넷에 떴다.


그 소식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갔었다. 보통은 안타까움 섞인 애도였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일단 먹고는 살아야지, 그렇다고 굶어서 죽냐는’ 식의 생각을 한 사람도, 글을 쓴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입장을 난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이다.



‘한국예술 종합학교’라는 그쪽 계열에서는 최고의 학교로 쳐준다는 학교를 졸업하고, 
근사한 촬영 현장에서 ‘레디액션!’을 외치며 감독 노릇도 해봤을 것이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써와 봐라, 는 제안도 받아봤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꿈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갔을 것이다. 
아마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그녀는 염치 불구하고 주인집 문 앞에 그런 메모를 붙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정말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같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은 사람도 이렇게 운명이다 싶어 나름대로 목숨을 거는데 나름 엘리트인 그녀는 오죽했을까.




글을 쓴다는 핑계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가끔 일을 관두고 쉴 때, 오랜만에 글을 쓰기는 하지만 생활 리듬을 지키기 힘들어 매일 술과 함께 하다가 가진 돈은 다 떨어져 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자살’에 대해서 생각해본 그런 경험이 나는 아주 많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 치료 같은 것을 받아보려고 알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연예인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가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보통 회사를 다니고 취미로 글을 조금씩 쓰는 사람들, 

인생에 내 이름으로 된 저서 한 권 정도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는 사람과 ‘이것’ 아니면 없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그렇게 다르다. 

어떻게든 먹고는 살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일단 생계 대비를 위주로 하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타고 나는 사람은 그렇게 섬세하고 여리다.



결과물로도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누군가는 직장 생활, 사업체를 꾸려가면서 쓴 책이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누군가는 배를 곪아가면서, 가족들에게 타박을 받아가면서 간신히 세상의 빛을 본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에 허무하게 묻히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영혼과 재능이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슬픈 문제다.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도 손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난 우리나라에서 책을 한, 두 권 내서 성공을 하고 그것으로 먹고살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번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몇 년 만에 간신히 깨달았다. 그래서 차선을 마련했다. 글을 쓰기만 하는 것보다는 글을 책으로 만들기까지 하면 조금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타고난 것을 버리기도 싫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계획대로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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