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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이 Apr 21. 2022

대체 어떻게 배운 거야?

이제 막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

"배불러 ~ 배불러 ~ 배부른 나를 불러 ~"


"뭐 하는 거야??"


"배불러 송 부르는데?"


저녁밥을 든든히 먹고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흥얼흥얼 거리는 아내가 귀여워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곧장 곡조를 바꾸고는,


"물티슈가 없어~ 물티슈가 없어~ 물티슈가 없어져버린~"


둘째를 가지고 한참동안 입덧으로 힘들어하던 아내가 이제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와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 신이 절로 나나보다.

문득 자고 있는 첫째 아이가 생각났다.


이제 막 일어서서 한걸음 한걸음을 떼던 무렵,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 아이.


"냐 냐 냐"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를 내는 건가 했다. 어디가 불편한지, 뭐가 필요한 건지. 육아의 이응자도 몰랐던 난 물어봐도 대답 없는 아이에게 잔뜩 긴장하여 온신경을 집중했었다. (그때의 이 아이는 건드리면 꼭 어떻게든 돼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작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아이는 제법 서서 걷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열심히 걷다가도 돌연 멈추고는 뒷짐을 지고 보다 선명한 소리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냐~냐냐~~ 냐~"


몸은 좌우 반동을 주며 흔들거리고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아니 이 작은 아이가 설마 노래를..? 뭘 안다고 대체..?'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보여준 적도 알려준 적도 없던 제스처를 취하며 발음도 안 되는 게 보란 듯이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지만 저 뒷짐과 좌우 반동은 나를 분명 확신케 했다. 그리고는 본인 스스로가 뿌듯했는지 박수를 짝짝짝 치는 게 아닌가.


 아직 내가 주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많이 못 봐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아이에게 새로운 작은 디테일을 하나하나가 생기는 광경이 생소하면서도 놀라웠다. 그리고 그때부턴 동요 같은 것도 제법 많이 불러주며 그게 '노래'라는 것을 인지 시켜줬다.

지금까지도 아이는 "ㅇㅇ아 노래해봐~" 하면 '무조건 반사' 만큼 자연스러운 제스처로 멋지게 곡을 뽑아낸다. 아니 더 나아가서 유아용 소파 위에 올라가 마치 무대 위에 올라선 마냥 당차게 부르기도 하고, 새로 사준 마이크 장난감을 손에만 쥐어줘도 힘차게 부르기도 한다. 물론 아직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발음이 알아듣기 힘들어서 본인 세상의 언어가 따로 있나 착각이 들 정도로 귀엽지만 말이다.


 우리 부부는 어느 순간순간에 아이가 자라며 알려주지도 않은 무언가를 스스로 시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놀라며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혹시 천재가 아닐까?!"

"이쪽으로 아이가 재능이 있나 봐!"


그러고는 아이에게 나중에 이걸 시킬지 저걸 시킬지, 이러다 너무 유명해지는 건 아닌지, 그건 또 싫은데 하며 우리 맘의 잣대로 행복한 회로를 굴리고 상상 속에 젖어든다.

아무렴 어떻겠는가, 그렇게 조금씩 세상을 배워가며 열심히 자라고 있는 아이가 그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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