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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이 May 06. 2022

육아 속에 마주하는 감정

 MBTI 어떤 성향을 지녔던, 또 혈액형이 어떻게 다르던, 그게 아빠가 됐던지 엄마가 됐던지 육아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럼 과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가장 속상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미숙한 훈육 뒤에 밀려오는 후회의 순간을 뽑고 싶다. 아직 우리 아토는 훈육이라고 칭할 만큼의 알아듣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꽤나 자주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 라며 그때그때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아이에게 표현하게 된다. 때로는 그 말투에 조금씩 짜증이나 화가 섞이게 되는데, 그 순간 성난 아빠가 무서워 눈치를 보는 듯이 울음을 잠시 멈추고, 한껏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굴리는 아이의 표정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 짧은 순간의 내 바보 같은 행동을 여러번 곱씹어 본다. 금새 미안해서 안아주고 사과하게 된다. 나에게 그 후회의 순간이란 바로 이런 순간이다.


 나는 늘 감정에 너무 지나치게 솔직했던 것 같다. 내가 속한 직업군에서는 선배 요리사들, 특히나 위로 더 올라 갈수록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사람을 마주치기 쉽지 않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바삐 움직이는 그 치열하고 좁은 공간에서 어느덧 그런 히스테릭한 행동을 참아가며 성장하는 게 어떤 문화와 같이 자리 잡은 부분도 있다. 나 또한 그렇게 배워가며 밑에 있던 후배들을 리딩하고 무섭게 가르쳤었다. 문제는 이런 내 성격이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되기 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부분은 우리 가족 내에서도 종종 영향을 끼쳤다. 아내와 나는 서로 정반대에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다른데, 특히나 소통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반대 성향을 지녔다. 나는 온종일 떠들어도 좋을 만큼 시끌벅적한 대화를 좋아하고, 그만큼 쉽게 언쟁을 접하기도 하며  언쟁이 일어났을  내가 생각하는 논리가 조금이라도 타당하다거나, 대화의 흐름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상당히 공격적인 톤으로 대화를 매듭지어 가려한다. 반면, 아내는  필요한 말이 아니면 대화에  힘을 주지 않는 편이고, 혹시라도 언쟁이 생기면 당장  자리에서 문제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루가 지나고 불이 붙었던 서로의 감정이 냉정을 조금 찾을때까지 생각을 해보고 나서 다시 차분히 대화를 해가길 원해한다. 나는 그렇게 생긴 문제를 다음날까지 고이 가지고  인내력이 부족해서 답답함에 많이 부딪혔었다. 내가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하단 것은 사실 그냥 껍데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내력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성격에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지금도  버릇처럼 말하기 , 후로  행동에 대하여 더 많이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이는 육아를 하면서 아토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아토와 함께하며 가장 힘들 때는  아이가 원하는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만큼이나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나는, 아토가 옹알옹알하던 시절은 물론이고, 단어   겨우 구사하는 지금도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는 느낌의 '행동' 통해 다가오는것에 익숙치 않다.  손을 끌고 가거나, 본인만의 언어로 무언가 요구할  대부분은 눈치껏 챙겨주긴 하지만 인내가 아직 많이 낯선 어린 아토에게는 조금이라도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할때면  눈에 눈물이 맺히고 소리를 ‘꽥’ 지르고 만다. 특히나 밥을 먹일 끔 너무하다 싶다. 시기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어린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양 섭취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 아닐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토가   없는 이유로 식사 자체 같은 섭취물 거부할때는 정말이지 답답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내도 걱정하고 고민하며 정성을 다해 이유식을 만들지만 아토가 먹기 싫다며 입에 넣지도 않거나, 입에 물고 있다가 뱉거나를 반복하게  때에는  다시 참기 힘든 울분이 올라온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이에게 뭐라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잠자코 참을 수도 없는 이런 순간순간들이 반복되어가는 과정에 우리도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같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에 휘말려 아토에게 상처를 주고싶지 않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육아를 하며 마주치는 감정들 중에서 아토에게 잘못된 감정을 표출한 후회의 순간만큼은 수많은 행복한 날들 속에 부디 없었으면 하는 일종의 옥에 티이다. 그러기 위해 꾸준히 육아를 공부하고 아토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올바른 감정의 표현법을 나부터 바로잡고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자식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어린 아이들의 이런 성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직 미숙한 부모의 행동으로 인해 주눅 들고, 눈치를 보고, 힘들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짠한지 모른다. 그렇게    나를 돌아보게 되며.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사람이 되어감을 배운다.


 육아 속에 마주하는 감정들  평소의 자연스런 9할의 행복 보다, 있는 힘껏 풀어낸  1할의 속상함이 오늘의 나와 우리 가족을 한번  성장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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