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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효진 Jun 08. 2022

교육소설 ep13.

마스크 속 다크호스


*본 소설은 허구이며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 학교, 학원이름, 인물 등은 실제 사건과 관계없습니다.










음.. 준서. 준서네에 대해 


누군한테 알아보면 되려나.









 현주는 채윤이와 같은 반에서 부회장에 당선된 준서가 궁금하다. 정확히 말하면 준서네 전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준서는 모두가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이 동네에서 몇 안 되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을 나온 아이다.



 늘 풋살화에 운동복을 입을 채로 아파트 한쪽에서 축구공을 차고 있다. 아이들이 모여드는 천막에서 언젠가 음료수를 마시는 준서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마스크를 벗은 준서의 얼굴은 마스크 모양과 정확히 일치하게 햇볕에 그을려 있다. 마스크에 가려있던 피부는 유독 뽀얗다.



 모두가 공부에 달리기 여념없는 이 동네에서 하루종일 축구만 하는 준서를 현주는 내심 별종 취급했었다.


 그런 준서가 3학년에 올라가고 갑자기 부회장이 되었다. 물론 축구를 잘하니까 같은 반 남자아이들의 표심을 몇 모았을 수도 있다. 존재감 없던 준서가 처음으로 현주의 관심 대상에 오른 것이다. 혹시나 채윤이에게 준서가 피해라도 주어서는 안 되니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준서네에 대해 파악하고 채윤이와 거리를 두게 할지 가까이 지내게 할지 스탠스를 정해야 한다. 어쩐지 가깝게 지내게 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일단 알아봐야겠다.







채윤아, 너네 반 준서 말이야.


학원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지? 


어디 다닌데?








채윤이의 머리를 빗다 말고 현주는 물었다.


오늘은 지그재그 모양으로 가르마를 내었다.






준서? 준서 영리더스 축구 대표팀이잖아.







아, 그렇지








 영리더스는 이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 때 거의 다니는 생활체육학원이다. 


 남자애들은 주로 축구를 배우고 여자아이들은 피구와 긴줄넘기 등을 배운다.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농구를 배우는 남자아이들 빼고는 대부분 공부 학원들 스케줄로 인해서 그만두게 되는 통과의례 같은 곳이다.






네가 말한 준서 학원 다닌다는 게 


영리더스였어? 


거긴 학원으로 치면 안 되지. 


공부 학원은 여전히 안 다닌데? 








 고무줄 끈으로 채윤이의 머리를 동여멨다.


다이슨 에어랩에 롤헤드를 끼고 전원을 켰다.






거기 말고 수학의 새벽도 


다닌다는 거 같던데? 


준서 탑반이래.








뭐라고? 잘 안 들려.








 채윤의 머리에 한껏 바람을 불어 넣다가 전원을 끄고 현주가 말했다. 






뭐? 수학의 새벽 탑반?











응 탑반.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은 이래, 아이들에게 찾아온 것은 평등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아니다. 


 아이의 정확한 수준을 알 수 없어 불안해진 부모들은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내 아이의 학습 지표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신봉하기 시작했다. 


 어느 학원, 어느 레벨 반에 다닌다는 것이 그 아이의 수준을 나타내는 간판과도 같아졌다. 따라서 학원의 레벨테스트 지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철마다 찾아오는 레테 시즌이면 레테 투어를 하며 좋은 반에 다녀도 떨어질까 걱정, 낮은 반에 다니면 진급을 못 할까 걱정, 높은 반으로 올라가게 되어도 잘 따라갈까 걱정한다.


 모두의 걱정이 뱉어낸 응어리와 떨어진 자의 절규로 동네는 잠식되고 부모와 아이들은 침전한다.






준서가 탑반이라고?








현주는 믿기지 않아 전원을 키기 전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채윤이네 학년에 상위권 아이들은 거의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도 못 한 준서라니. 


 맨날 아파트 한쪽에서 축구공만 차던 준서였다.


 어느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뒤로 남모르게 과외라도 빡세게 붙였나.'







채윤아, 얼른 학교 가, 이제. 


오늘 스파클가는 날인 거 알지?


 일찍 와서 어제 writing 다 못한 거 


마저 하고 가야 하니까 


끝나자마자 집으로 와.







 현관문이 닫히자 현주는 핸드폰을 들고 하진이 엄마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하진이는 영리더스 축구 대표팀 중 한 명이고 올해 3학년 3반으로 채윤이와 같은 반이다.






하진 엄마, 오랜만이에요. 


오늘 바빠요?













 골프 레슨까지 미루고 하진 맘을 통해 들은 준서의 이야기는 상당히 놀라웠다.






준서 엄마, 서울대 교육학 박사래요.







'박사 엄마야 뭐 이 동네 발에 채이지.'



 그 부분은 별로 놀랍지 않았다.


 박사 엄마들도 자식 교육 앞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는 그냥 엄마일 뿐이다.






교육학 했다면서 근데 애를 그렇게 놀려요?








현주가 의아한 부분은 그 부분이었다.






아니면 뭐 따로 다 맞춤 과외로 싹 돌리나?








 현주는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모호한 말들을 연이어 내뱉었다. 






저도 자세힌 모르겠는데 


교육학자라 그런지 


나름대로 주관이 뚜렷한 거 같더라고요. 


영유에 대해서도 


대놓고 부정적으로 말해서 


좀 기분 나쁜 적도 있었어요. 








 그런 엄마들이 있다.


 본인만의 고고한 교육철학이 있는 재수 없는 엄마들.


 자식 교육에 안절부절못하긴 매한가지면서 영어유치원 보내고 사교육으로 돌리는 엄마들을 마치 아랫것 쳐다보듯 은연중에 무시하는 눈길을 보낸다.






대충 어떤 부류인지 알겠네요.







근데 준서네가 꽤 잘사는 거 같더라고요?






 별안간 현주의 눈이 커졌다.






할아버지가 어디 대학 


총장인가 이사장이라는 거 같던데.


그 엄마가 하고 다니는 건 추레해도 


돈이 아쉬운 집은 아닌가 보더라고요.


막 자기 얘길 먼저 늘어놓진 않는데 


물어보면 또 술술 얘기해줘요.







 현주는 들고 있던 아이스아메리카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의자를 당겨 고쳐 앉았다.






그래요? 준서네 아빠는 뭐하고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쭉 들이킨 하진 엄마는 준서네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변호사라고 하는 거 같던데 


자세히는 말 안 하는데 


저번에 축구대회 때 


벤치에 앉아서 얘기할 때 들어보니까 


로펌 소유하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그 외 김앤장의 김이나 장처럼. 


김앤장 급은 아니겠지만요. 


정확히 어딘지 까진 자세히 못 물어봤어요.







준서네가 그런지 전혀 몰랐네요.


암튼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현주의 머리 굴리는 소리가 하진 엄마에게까지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진이 지금 CNS 다니고 있죠? 


저 J 수학학원 팀 짜고 있다고 얘기했죠? 


거기 하진이랑 준서도 


같이 들어와도 좋겠네요. 









 방금 전까지 재수 없어 했던 준서 엄마에 대한 인상은 지우기로 했다.



 대대로 부자, 그 이너서클에 끼어야 한다.


 그들은 자기들끼리의 인맥도 공고하다.


 준서 엄마가 애를 놀리는 것처럼 보일 뿐 어쩌면 뒤로 계획적으로 아이비리그라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윤이에게 어릴 적부터 친한 동네 친구가 찐부자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인맥을 쌓다가 결혼도 그 안에서 하기 마련이다. 그냥 놀던 무리에서 커서 결혼했더니 부자와 부자가 만나 더욱 공고한 부자가 되는 조합.


 마치 아린맘처럼. 


 채윤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환경이 정확히 그런 것이다.






준서가 부회장이니까 


임원모임 한 번 하자고 해야겠네.








 하진 엄마와 헤어진 현주는 카카오톡을 열어 아린맘과 준서 엄마를 묶어 단톡방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3학년 3반 


반대표 맡은 이현주입니다.


임원 엄마들 단톡이 필요해서 만들었어요.


곧 반 단톡도 만들겠습니다.


저희 브런치 한 번 해요.








 







안녕하세요, 반 대표를 맡은


 채윤 엄마 이현주입니다.


지원하는 분이 아무도 안 계셔서 


선생님 부탁으로 회장 엄마가 


반대표를 맡게 되었네요.


앞으로 1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채윤이네 반 단톡을 만들고 현주가 첫인사를 남겼다.


 코로나 전에는 반대표 엄마 자리도 서로 하려고 눈치싸움이 거셌다고 선배 엄마로부터  들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었다.


 그런데 채윤이가 입학하던 해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아이들이 등교를 안 할 뿐 아니라 엄마들 모임도 금지되면서 반 모임이란 것도 유명무실해졌다. 






안녕하세요, 총무를 맡게 된 


아린맘 정연지입니다.


아린이가 부회장을 해서 


제가 총무를 하게 되었어요.









 뒤이어 아린맘이 인사를 남겼다. 


 프로필 사진 속 아린맘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고개를 돌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에서 이미 화려한 분위기의 미인이라는 것이 풍겨 나온다.


 아린맘이 등장하는 순간 현주가 아닌 아린맘, 연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옮겨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가워요







감사합니다









 주르륵 이어진 반 엄마들의 형식적인 인사가 이어졌다.


 준서 엄마는 역시 관심이 없는 건지 확인을 아직 안 한 모양이다. 예전 같았으면 재수 없다고 욕했겠지만 이제 현주에게 인내심은 충분하다. 






안녕하세요, 


부회장 맡은 준서 엄마, 최효림입니다.








세 시간 뒤쯤에야 준서 엄마의 메시지가 왔다.













엄마, 민재 좀 이상해. 









 스파클 영어학원을 다녀와 저녁밥을 먹던 채윤이가 뜬금없이 말했다.


 민재와 채윤이는 스파클에서도 같은 반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떤 식으로 이상한데?







오늘도 reading 시간에 


concentrate 안 한다고 


Amy teacher 한테 혼났는데 


앉아서 계속 책상 밑에서 손으로 뭘 만져.








뭐?









설마..






어딜 만지는데?







나도 잘 모르겠는데 다른 남자들이 


걔보고 변태..? 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어. 


변태가 근데 뭐야 엄마?








 현주는 순간 어질했다. 


 채윤이가 정확히 무엇을 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너 뭘 본 건지 자세히 좀 말해봐 봐. 


민재가 언제부터 그랬어? 








몰라. 3학년되고부터 그랬나.







걔가 또 이상한 짓 하는 거 없어? 


뭐 너를 만진다든가.







아니, 그런 적은 없어.








 현주의 저 아래에서 부터 채윤이에 대한 강한 보호본능이 올라왔다.


 민재가 진짜 성기라도 만지는지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혹여나 그로 인한 못 볼 꼴을 채윤이가 보게 되거나 해서 채윤이가 입게 될 만약의 피해에 대해 상상하자 현주는 온 신경이 곤두섰다. 






민재랑 앞으로 놀지 마. 








 현주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채윤의 작은 밥그릇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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