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드롭은 끝났고, 나는 출근을 했다.

by 안삐딱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때맞춘 카톡이 평소보다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지인들도,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그 누구도

다가오는 해는 더 건강하자고, 더 잘 되자고 한다.

물론, 나도 그에 발맞춰

더 행복하라고, 즐거운 일들이 많길 바란다고 틀에 박힌 회신을 한다.


8분 전,

새해가 밝았다.

한 해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스페인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알아듣기 어려운 빠른 스페인어로 등장인물들이 다투는 장면에서 슬쩍 핸드폰을 보니,

어느새 훌쩍 2021년이 되어 버렸다.

한 해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별일 없는 다음 날,

새해 첫 출근을 했다.

똑같은 일,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공간.

아, 작년엔 새해를 어떻게 맞이했더라.

이런 느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스물한 살의 나는 런던아이의 불꽃놀이를 보며 친구들과 밤새 하우스 파티를 했고,

스물두 살의 나는 독일에서 허리까지 쌓인 눈 속에서

목마를 타고도 별을 겨우 달았던 트리가 있는 벽난로 앞에 앉아

뱅쇼와 예거마이스터로 목을 축이며 수다를 떨었고,

스물일곱 살의 나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수많은 인파에 끼어 카운트다운을 소리 높여 외쳤고,

서른 살의 나는 남아공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샴페인을 터트렸는데.


지난 일들이 꿈만 같다.

쓰고 보니, 더 남의 이야기처럼 아득하다.

새해를 맞는다는 것이

어느새 평범한 일상의 하루가 되어 버렸다.

어제와 같은 하루, 내일과 같을 무료함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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